[기고]IP가치평가 업역 논란, 이대로 안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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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평법) 개정안'(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이하 개정안)으로 촉발된 지식재산(IP) 가치평가 업무 영역에 대한 국토교통부, 감정평가사, 특허청, 변리사, IP서비스 등 여러 이해 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은 논란이 된 내용이 개정안에서 빠지면서 일단락된 듯하다. 감평법에서 평가 대상으로 하는 '토지 등'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시행령에서 특허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도 포함하고 있어 감평법을 손대면 IP가치평가 분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 심지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입법 관계자들도 감평법에 산업재산권, 저작권이 포함된 것을 의아해한다.

1989년 제정된 부동산공시법 및 시행령에서 '토지 등'에 '공업소유권'을 포함하고 있던 것이 현재의 감평법에 이르게 된 것으로, IP 개념 자체도 생소한 30년 전이어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것이 변했다. IP는 단순히 권리 보호와 소유 의미를 넘어 치열한 기술 경쟁 환경에서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IP 중심의 연구개발(R&D)을 기획하고, 우수한 IP는 이전·거래·라이선싱되며 금융을 일으키고 사업화되고 있다. 더욱이 여러 대선 후보급 인사가 IP를 차기 정부 국정에 반영, 지식재산처 신설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이제는 IP 가치 평가를 IP 산업 생태계에 편입시켜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감평법 시행령을 개선, 산업재산권 등 IP를 '토지 등'에서 분리해 내는 것이 시급하다. IP가치평가는 사안별 특성과 용도에 맞는 여러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인 만큼 자격, 비자격 등으로 구분해 참여를 제한하는 식의 유례없는 후진적 규제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IP가치평가 업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법령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서 특정 업역으로 국한하려 한다거나 특정 자격증 시험과목이나 따지는 수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IP가치평가 업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울타리를 치지 말자는 얘기이지 특수한 정책 목표로 지정, 인증 등을 통해 선별하는 방식까지도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IP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들고 다양한 IP 비즈니스를 온전히 끌어안아야 할 IP 주무 관청인 특허청이 이번 개정안 논란 과정에서 보여 준 일련의 대응도 다소 아쉽다. IP가치평가사 민간자격 등록 관련 행정심판 과정에서 특허청이 현행 감평법을 근거로 삼아 IP가치평가 민간자격을 반대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국토부의 검토의견을 통해 알려졌다. IP 산업계에서 민간 자격이라도 신설해 IP가치평가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데 사문화된 감평법 시행령 조항을 끄집어내 이를 틀어막은 꼴이다. 경제·산업이 성장하고 다변화하면서 해당 법령은 충돌하기 마련이고, 여기서 정부의 정책이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인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 논란에서 국토부, 감평사 진영은 '자격증 대 산업' 프레임에는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특허청이 국토부와 감평사 진영이 스스로 꺼내기 민망한 근거를 알아서 먼저 제시한 셈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이 지난해에 발의됐을 때 특허청에서는 타 법령에서 허용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너무나 수세적이어서 주무 관청 입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6월부터는 반대의견으로 국회를 적극 설득했고,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늦었지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는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자칫 만시지탄에 이르렀을 수도 있었기에 관할하고 있는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IP가치평가 업역을 둘러싼 논란, 이대로 안고 갈 것인가. 법 제도의 현실적 개선과 규제 철폐, 주무 관청의 책임성 있는 정책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성상 목원대 지식재산학과 교수 s2t2@mok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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