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유통산업 전반에 걸쳐 안전사고에 대한 많은 과제를 남겼다. 유통기업이 첨단기술로 물류 효율성 및 배송 혁신 경쟁을 했지만 안전 기술 도입에는 소홀히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한순간의 사고는 인명과 재물 등 유형의 피해뿐만 아니라 어렵게 쌓아 온 브랜드 가치마저 순식간에 재로 만들었다.
미래 유통산업의 핵심인 풀필먼트 센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었다. 다른 부동산보다 화재 시 피해 위험이 더 크고, 노동집약적 업무 특성상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화재도 초기 진화 실패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은 뼈를 아프게 한다.
유통업계도 물류의 효율화·디지털화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정작 투자가 더딘 것은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우선순위를 둬 왔기 때문이다. 쿠팡을 비롯해 대부분 유통사가 안전 조치와 관련된 첨단 기술 도입 여부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안전을 위한 혁신기술 도입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건설 현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을 의무화한 것처럼 유통·물류 전반에도 안전 기준을 높이고 실질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화재 예방 기술이 나와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폐쇄회로(CC)TV 솔루션을 활용한 신속한 화재 알림, 작업자의 움직임이 없으면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해서 과부하를 방지하는 무선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시스템 설치비용 및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국비지원과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의지가 병행된다면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열린 디지털 유통대전 행사에서도 여러 신기술보다 안전이 더 부각됐다. 이 자리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유통의 진정한 혁신은 혁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 보건, 소비자 보호, 친환경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함께 향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 서비스뿐만 아니라 안전 기술 역시 적극적인 디지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