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상공인 창업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고 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보상금 지급 문제다. 국가 차원에서 수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피해이기에 일정 부분 혹은 전액을 국가 차원에서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는 재원 마련 문제 및 지급 대상과 금액 적정성 확보 이슈도 있지만 이보다는 기업가 스스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구 노력을 줄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있다.
미국에는 콘서트 등 문화 행사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수행하는 라이브 스테이션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역시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라이브 스테이션은 최근 라이브 공연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티켓 판매뿐 아니라 TV 광고와 유사한 신규사업까지 발굴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더 큰 성과로 바뀐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업 지원 사례는 아니지만 무차별한 지원책이 가져다줄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그의 저서에서 실패한 복지 프로그램으로 '부양세대 보조 프로그램(AFDC: 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을 꼽았다. AFDC는 부모 중 한 쪽만 있는 가정에 현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1960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된 아주 오래된 복지 프로그램이었다. 부모 중 한 쪽만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 특성으로 인해 장기간 실업자 상태에 놓인 가장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 위해 오히려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않고 가족을 떠나 생활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 경우 가족들 기초 생계비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 또한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나눠 갖고 사는 사람들도 발생했다. 결국 AFDC 프로그램은 1996년 법규가 개정되면서 수혜 대상자가 평생 동안 5년 이상은 AFDC 프로그램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했다. 즉, 충분한 기간을 줄 테니 그 사이에 자력으로 갱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보조금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제가 빈번히 목격된다. 매달 기초 생계비 차원에서 현금으로 150만원을 지원받는 수혜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에게는 매달 15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직장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취업할 유인이 별로 없다. 오히려 취업으로 지원금이 끊겨 자신의 월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50만원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생겼다 하더라도 취업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힘들게 직장 생활하면서 조금 더 벌기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국가 지원금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각종 보조금 제도는 각각 나름의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조금 제도를 없애야 한다거나 보조금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칼은 강도의 손에 쥐어지면 흉기가 되지만 의사의 손에 쥐어지면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된다. 각종 보조금 제도 역시 본연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만 있다면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악용될 경우 오히려 사람을 망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보조금 제도가 부모들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자력갱생 노력을 저하시킨다면 이를 지켜보고 자란 자식들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본보기가 돼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많은 방역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더라도 향후 또 다른 전염병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지원금이 피해를 받은 모든 소상공인에게 지급되고 이후 또 다른 위기에도 이러한 집행이 수월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등 사례가 유발돼선 안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