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이 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노동계와 사용자간 입장차를 첫 회의부터 드러내면서 최저임금 논의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박준식 전임 위원장을 재선임한 가운데 열린 첫 희의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경영계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을 높이느냐, 낮추느냐를 떠나 우리 현실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음식숙박업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42%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코로나 팬데믹 극복과 경기 반등을 위해 올해도 최저임금은 안정돼야 한다”면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업종별 구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노사를 떠나 공공성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측면 이외에도 역기능적 측면도 살펴야 한다”며 “중소기업주의 지불능력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최저임금 구분적용 문제를 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계는 지난 2년 동안의 낮은 인상률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지금껏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 인상률은 7.7% 수준으로, 지난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7.4% 인상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6.3%를 올려야 임기 평균 7.5%를 달성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역대 최저 인상률로 실제 노동 현장의 저임금노동자 삶은 처참한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이 또다시 저율로 인상되면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를 외친 현 정부에 대한 냉철한 평가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측은 이날 근로자위원 4명이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민주노총이 이번 전원회의 참석을 거부한 이유는 공익위원 유임과 근로자위원 수 조정 문제 때문이다. 대신 민주노총은 전원회의실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를 전문위원회로부터 심의 기초자료에 대한 심의결과를 보고받은 이후인 제3차 전원회의인 오는 6월 15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다음달 초까지 전문위원회가 최저임금 심의에 필요한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 기초자료를 심사하게 된다.
또 전원회의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업장 4개소 현장방문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6월 15일 예정된 3차 전원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인상률과 관련한 요구를 놓고 양측간 입장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