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임금 대기업에 올해 임금 인상을 최소 수준으로 맞출 것을 권고했다. 또 실적이 좋은 기업도 기본급 등 고정급 인상은 최소화하고,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근로자에 보상할 것을 요청했다.
경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임금조정과 기업 임금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를 회원사에 송부했다고 9일 밝혔다.
경총은 이 같은 요청 배경에 지난해 코로나19 등 경기 충격에 대한 회복세가 업종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이미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고임근로자의 지나친 임금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 연공급 임금체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역시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보상할 것을 권고했다. 이 근거로 경총은 우리나라 300인 이상 규모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6097달러로 일본, 미국, 프랑스 동일규모 기업 근로자보다 13.5~48.6% 가량 높은 점을 들었다.
또 경총은 여력이 있는 기업은 확보 가능한 재원을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 경영여건 개선에 활용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 근거로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민간기업 고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청년층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노동시장 내 임금근로조건 격차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이미 임금수준이 높고 지불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과 중소협력사를 위해 활용한다면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경영을 활성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회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기업 임금체계를 기존 연공중심에서 일의 가치와 개인의 성과,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경총은 우리 기업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임금체계 변경 절차 경직성 해소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건의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임금체계 개편 기본 원칙은 △인건비 총액은 임금체계 개편 전후 동일 수준 유지 △과도한 연공성 해소 △기본급 결정 기준을 일의 가치에 중점 △개인의 성과와 기업의 실적을 반영 △임금 구성 단순화 등으로 제시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경제 및 노동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미 높은 국내 대기업 임금수준을 더 높이는 것보다는 고용을 확대하고, 직무성과중심 보상체계를 구축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해 올해 우리 기업들의 임금조정 및 임금정책 방향을 권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