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수제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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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가까스로 총수 지정을 면했지만 후폭풍이 상당하다. 이 기회에 총수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과 총수를 지정·발표했다. 새로 대기업집단 대상인 쿠팡에 대해서는 총수를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한국법인으로 정했다. 여러 배경을 설명했지만 결국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어서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기업집단은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대기업집단이 되면 계열사 현황, 내부 거래 내역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일반에 공시해야 한다.

개인이 총수로 지정되면 배우자뿐만 아니라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계열사와 거래 내역 등도 공시해야 한다. 반면에 법인을 총수로 정하면 계열사와 거래 내역만 공시하면 된다. 법인에 비해 개인의 총수 규제가 더 강하다. 총수 지정과 관련해서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논의할 정도로 관심사였다. 총수 지정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배경에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총수제도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제도가 워낙 오래된 데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뀐 이상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제도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총수제도의 배경은 재벌 그룹으로 말미암은 폐해를 막자는 취지였다. 제도 첫 시행 해는 1987년이었다. 재벌 일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부의 세습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재벌이라는 말 자체가 구시대적이다. 최근 공정위 감시 대상에 오른 대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주로 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기존 재벌 그룹과 달리 순환출자나 친족 경영과 거리가 멀다. 경영에서도 투명성이 강조된다. 시대 흐름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불투명한 회계 관리는 엄두를 낼 수 없다. 실시간으로 회사 재무와 경영 현황, 심지어 사업 내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재벌 그룹이 존재해서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보완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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