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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며 침울했던 유통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고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백화점과 마트 실적 회복세도 가파르다. 오프라인 매출 성장률이 온라인을 앞지르면서 백화점의 경우 1분기 실적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보복소비'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고객 발길을 붙잡기 위한 업체 간 마케팅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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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봄 정기세일 행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13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월대비 18.5% 늘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21.7% 늘며 1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매출 신장률(15.2%)을 웃도는 성적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 기저효과와 봄 세일을 맞아 잠재된 소비가 표출되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날씨가 풀리고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보복소비'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출근과 등교 정상화에 따라 외출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밖으로 나와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소비심리 회복은 백화점 판매 급증으로 나타났다. 3월 주요 백화점 매출은 77.6% 늘며 오프라인 업태 중 가장 큰 신장폭을 거뒀다. 1분기 전체 기준으로는 31.2% 늘었다. 모든 소비 지표에서 회복세가 완연하다. 통계청이 집계한 3월 백화점 판매 역시 61.0% 증가하며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96년 이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 신장이 명품·리빙뿐만 아니라 그간 부진했던 패션, 잡화, 스포츠 등 전 품목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입은 패션·잡화 등 준내구재 소비는 2배 가까이 늘었고 제한된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 등 사치재로 몰리면서 해외명품 역시 매출이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신세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82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2572% 늘었다. 매출 역시 면세 부문의 더딘 회복세에도 11.7%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영업이익 역시 각각 153%, 288% 늘며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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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백화점이 지난달 2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봄 정기세일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세일 기간보다 각각 40.0%, 43.9%, 51.1% 늘었다. 5월에도 가정의 달을 맞아 기념일 선물 수요 특수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명품을 비롯한 고가 선물이 예년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1분기 매출이 0.4% 소폭 성장세가 예상된다. 마트의 경우 백화점과 달리 지난해 식료품·생필품 특수로 인한 역기저가 발생했다. 다만 3월 들어 의류(56.1%)와 스포츠(36.9%), 잡화(36.9%) 등 비식품군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효과에 힘입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0.8% 늘어난 4조19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온라인 유통의 경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1분기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4.3% 늘며 직전 분기(20.4%)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 3월에는 그간 감소세를 보여 온 패션·의류 매출이 26.1% 증가세로 전환되고 서비스·기타 상품군 매출이 크게 늘어 상승세는 유지했지만,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으로 구매채널이 이동한 유아동 상품군이 13.1% 줄었고, 신장세였던 생활·가구 역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늘어난 보복소비 수요를 잡기 위한 판매 채널간 경쟁이 치열해면서 대형마트와 e커머스를 중심으로 최저가 경쟁도 다시 점화됐다.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의 무료배송을 시작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고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최저가 정책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유통 산업의 구조적 개편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변화 속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에 지친 고객들이 밖으로 나와 지갑을 열면서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가파른 실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보복소비로 되살아난 소비 수요를 선점하는 것이 상반기 유통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