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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거나 기업에서 신사업을 시작할 때 두 경우 모두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유력한 업체가 경쟁자가 되는 상황을 걱정할 때가 많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서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한 후 열심히 노력해서 일정 규모로 시장을 키우고 나니 유력 기업이 같은 분야에 진출, 서로 출혈 경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최근 대기업이 벌이는 신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트업이 먼저 진출해서 적정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인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처럼 느껴지고, 과거에는 신생 스타트업이 대기업 진출 이후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윗이 골리앗에게 이기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사업 성패는 워낙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어떻게 스타트업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보통 큰 기업은 풍부한 가용자금으로 기존 직원 가운데 일부를 투입해 신사업을 시작한다. 많은 경우 신사업 성공의 임무를 맡은 책임자는 임원이거나 부서장·팀장 직책인 경우가 많다. 책임자는 기존 소속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의사결정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뭐 하나 구매하거나 용역을 줄 때도 복수 견적을 받아 그 선택에 공정성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잘하는 사람은 채용하고 못하는 사람은 내보내는 등 인사권 행사에서도 권한이 부족하거나 기존 해당 기업 인사 문화의 영향 아래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다. 또 기여도가 높은 인재에 대한 특별한 보상 등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결국 큰 기업 내부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여러 단점도 있다.

반면 스타트업의 경우 하나의 완전체 조직이다. 의사결정, 예산집행, 인사권, 성과보상 체계 등에 경영진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책정하고 결정하면 된다.

대기업의 일부 조직과 비교해서 작지만 하나의 회사로서 스타트업 경쟁력은 의사결정 속도, 인사권, 성과보상 체계 등 인력관리(HR)의 높은 자유도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신사업과 창업 케이스를 살펴보면 상당수는 그 첫 도전에서 실패하거나 성공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첫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기업의 신사업팀 구성원은 매년 인사평가를 받아야 한다. 실패에는 예상치 못한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대부분의 신사업 도전은 실패를 겪게 됨에도 매 연말에는 인사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책임자가 임원인 경우 매해 인사평가를 통과해 1~2년 추가로 임기가 연장되는 임원 입장에서 실패를 감수하고도 업무를 이어 가기가 쉽지 않다.

반면 스타트업 창업팀은 어차피 고용안정성을 버리고 사업에 도전한 경우다.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고 나서도 창업가 멘털만 튼튼하다면 훌훌 털고 새로운 방법으로 재도전하면 된다.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결국은 이해관계자와 인사권자 실패에 대한 관용, 담당자 실패를 극복하는 능력에서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큰 기업 대비 크다. 물론 해당 스타트업도 사업 중간 과정에서의 실패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좋은 주주 구성이 되어 있어야 함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신사업 도전이 결국 성공으로 판정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추가적인 펀딩에 계속 성공하는 것이 사업 성공이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가 언젠가는 수익을 내는 것을 보여 주고 영속적인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사업 성공이다. 창업 후 첫 흑자를 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꽤 오래 걸리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규모를 키우고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대기업 조직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에 대해 이렇게 장기간 시간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사업 능력과 함께 비전과 끈기가 있는 경영진이 있다면 그 비전을 믿고 오랜 기간 기다려 줄 수 있는 투자자가 있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