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강화한 생분해성 비닐봉투 개발
인장강도 65~70MPa…나일론 소재 버금
원료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 활용해
PET병·의류 재활용 등 적용 확대 기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기술,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화 기술 등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화학연은 2019년 보다 개선된 생분해성 비닐봉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비닐봉투는 흔히 쓰이고, 쉽게 버려지는 대표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바이오 플라스틱(PBS) 기반 썩는 비닐봉투가 나왔지만, 내구성이 낮아 보편화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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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 땅속에서 6개월 내 100% 분해되면서, 강도는 나일론 소재 수준으로 뛰어나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과 오동엽·박제영 연구원팀이 내구성 문제를 개선,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기반을 마련했다. 목재펄프 성분인 셀룰로오스,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활용했다.

생분해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당시 실험 결과 땅 속에서 6개월 내 100%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장강도는 65~70메가파스칼(㎫)로 낙하산이나 안전벨트에 쓰이는 나일론과 유사했다. SKC에 기술을 이전, 현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은 이후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마스크 필터에도 기술을 적용했다. 한 달 안에 100% 자연분해 되는데, 숨쉬기 편하고 재사용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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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황성연, 박제영, 오동엽 박사.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와 관련 소재 용액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성연 단장은 “실생활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며 “마스크 필터 개발이 그 일환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탄소자원화연구단(단장 황동원)에서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 개발에 힘써 성과 창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중합은 플라스틱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인 '단량체'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PET가 주된 대상이 된다. 기존에도 PET를 재활용 했지만, 색이 들어간 폐기물은 불가능했다. PET가 쓰인 의류도 재활용 안된다. 연구팀은 색이 들어간 PET병, 의류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 쓰이는 촉매도 개선한다. 독성이 있는 기존 촉매(징크아세테이트) 대신에 무독성이며 저렴한 촉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이미 확보해 곧 섬유기업과 실증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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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 EPS, 유색 PET 해중합 공정기술 개요

PET보다 재활용이 더욱 어려운 폐스티로폼(EPS)을 원료물질인 '스타이렌'으로 되돌리는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기존에는 부산물 비중이 매우 컸으나, 이를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역시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탄소자원화연구단은 이밖에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과 함께 해중합 플라스틱 자원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단순히 단량체화 하는 것을 넘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변화시키는 연구다. 단량체를 혼합, 새로운 물성을 갖춘 고분자 소재로 만드는 것도 연구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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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해중합 기술을 연구하는 화학연 탄소자원화연구단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황동원 단장, 윤광남 연구원, 조정모 연구원.


황동원 단장은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화학연에서 개발하는 기술들은 세계적 조류인 탄소중립 실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친환경 사업모델을 찾는 석유화학산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