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1>탄소 중립과 지식재산 리더십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관련 정책과 환경 규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를 줄이지 못하는 기업 및 국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복귀하면서 2035년까지 탄소배출 발전시설 중단 및 205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경제 달성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을 목표로 2019년에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을 발표했으며,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등 관련 정책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이미 유럽 16개 나라가 탄소세를 도입했고, OECD 등 국제기구도 탄소세 도입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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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유럽은 2030년까지 100억유로, 미국은 약 7억달러, 호주는 10년간 180억호주달러를 투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이용한 신기술(특허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각 국가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온실가스가 새로운 녹색 무역장벽(TBT)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도 친환경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이라는 대전환 시대를 맞아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3대 정책방향(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의 공정 전환)과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라는 3+1전략을 수립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각종 정책(탄소세 등)은 경제발전계획이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기술 확보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린뉴딜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선점하는 국가가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에 기후변화 관련 기술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재권 경쟁력을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2015년부터 2020년 3월까지 IP5 국가(한국, 미국, 중국, 유럽, 일본)에 등록된 기후변화 완화기술 특허 약 57만건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 등록된 특허는 약 3만9000건(6.9%)으로 IP5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OECD의 기후변화 완화기술 분류(6개 항목)를 살펴보면 △에너지 생산·전송·분배 특허(32.9%) △온실가스 처리 특허(0.6%) △운송 관련 특허(22.5%) △건물 관련 특허(13.9%) △폐수처리·폐기물 처리 특허(7.2%) △상품생산·가공 특허(23%)로 나타났다. 에너지 생산·전송·분배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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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에너지 생산·전송·분배 특허 가운데 재생에너지 분야의 '광기전력'(Photovoltaic effect, 태양전지), '에너지 저장' 분야에 특허 비중이 높았다. 운송 관련 기술 분야에서는 해양 수송 관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 기술 특허의 질적 수준을 국적별로 분석(미국특허)해 보면 미국은 평균 4.72회, 중국은 3.01, 유럽은 2.91회, 한국·일본은 각 2.76회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의 미국 특허 피인용 회수는 모든 기술 분야에서 평균보다 낮았으며, 특히 온실가스 저감 분야는 가장 낮은 피인용 횟수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국은 그린뉴딜 정책 실행을 위해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지속 가능한 운송수단 도입, 에너지 효율 제고, 기후 친화적 혁신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기업에는 위기 요인과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연료전지 등 특정 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어 전반적으로 특허기술의 질적 영향력이 낮은 실정이다. 향후 그린 뉴딜(친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IP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식재산 정책이 병행돼야 하겠다. 이를 위해 그린뉴딜 기술 개발 전 주기에 IP-R&D 등 지식재산 전략 수립을 강화,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공공연구기관의 특허를 신흥·개도국에 유·무상 이전, 지식재산 IP5에 상응하는 지식재산 리더십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정명선 안양대 소트프웨어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 센터장 jmsun@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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