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김도현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원심력을 이용한 새로운 마이크로 및 나노 섬유 대량생산 공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방사 디스크를 여러 층으로 세분화한 멀티 원심방사 시스템을 고안, 고분자 마이크로 및 나노 섬유 생산에 성공했다. 섬유 대량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섬유가 필터 하나에 함유된 복합 필터 제조도 가능하게 했다.
고분자 마이크로 및 나노 섬유는 두께가 마이크로미터(㎛), 나노미터(㎚) 수준인 섬유다. 마스크 필터 재료로 쓰이는데, 정전기 없이도 미세먼지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90% 이상 차단할 수 있어 중요한 마스크 필터 소재로 떠오른다.
제조에는 전기방사 공정이 쓰인다. 그러나 수십 킬로볼트(㎸) 고전압을 사용해 공정 안전성이 낮고 설비 규모 증가가 어려웠다. 생산 속도가 시간당 0.01~1g(실험실 기준)에 불과하다. 대안으로 고안된 다중 노즐 전기방사, 노즐리스 전기방사 공정도 생산 효율이 낮고 고전압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방사 디스크를 회전시켜 섬유를 만드는 원심방사에 주목했다. 방사 디스크가 여러 개 층을 지닌 멀티 원심방사 디스크를 고안, 대량생산 가능성을 보였다.
실험 결과 디스크 층수가 증가할수록 섬유 생산 속도가 비례해 증가했다. 노즐 간 간섭에 따른 생산 효율 저하가 일어나지 않았다.
실험실 규모 기준으로 평균 머리카락 100분의 1 두께 섬유가 시간당 8~25g 생산됐다. 이는 기존 대비 약 300배 빠른 속도다. 나노 섬유 25g은 KF94 마스크 필터 20~30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상당한 생산량 증가다.
이를 활용해 만든 마스크 필터는 사용된 섬유 양에 따라 상용 마스크(KF80·KF94)에 준하는 포집 효율, 차압(공간 압력차)을 지녔다. 비말 차단에도 우수했다.
제1 저자 곽병은 석박사통합과정은 “원심방사는 전기방사보다 비용이나 대량생산에 장점이 있음에도 많이 연구되고 있지 않은 공정”이라며 “멀티 원심방사 시스템을 산업 규모로 증대시키면 나노 필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