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PC시장이 7년 만에 출하량 50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졌다. 시장을 양분하는 LG전자를 비롯해 최근 급성장한 HP, 델테크놀로지스 등 외국계 기업까지 가세해 선두 추격에 고삐를 죈다. 올해도 국내 PC시장 성장이 예상되면서 비대면 수요, 공급 물량 확보 등이 점유율 확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5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내 PC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시장은 삼성전자가 전체 26%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LG전자가 17%로 선두를 추격하고, HP와 델테크놀로지스가 각각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선두권 합류에 안간힘을 쓴다.
지난해 국내 PC시장은 전년 대비 15.7% 성장한 526만6000대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출하량 500만대를 돌파했다.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PC 출하량 중 데스크톱PC는 231만5000대, 노트북은 295만1000대다. 각각 전년 대비 5.3%, 25.4% 성장했다.
데스크톱PC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출하량은 42만9000대로, 2019년과 비교해 10.2% 늘었다. 데스크톱PC 수요가 노트북으로 전환되며 시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 시장 점유율은 18.5%로, 2위와 10%포인트(P) 이상 차이난다.
데스크톱PC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톱5 업체 대부분 부진했다. 2위 HP는 지난해 18만대를 출하했지만,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한 실적이다. 3위 LG전자는 2019년과 거의 동일한 101만대를 출하했고, 델과 트리엠은 각각 99만대와 91만대를 공급했다. 두 업체 모두 전년 대비 3%, 19.8% 출하량이 줄었다.
반면 국내 노트북 시장은 업체 대부분 20%가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데스크톱PC에 이어 노트북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33.4%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출하량은 98만8000대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2위는 LG전자로 전년 대비 21.2% 늘어난 81만8000대를 출하했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5.7%P 뒤진 27.7%를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경쟁사 전략과 달리 우리는 두께 21㎜ 이하 사이즈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한 만큼 점유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기술과 시장 수요가 집중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LG 그램이 선두인 만큼 올해도 더 큰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61%다. 과거 70%를 상회했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대신 외국계 기업 성장세가 갈수록 가파르다.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합리적 가격에 원하는 사양이 접목된 외국계 기업 제품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1만대를 출하한 레노버와 20만대의 애플 성장률은 각각 전년 대비 33.3%, 41.4%를 기록했다. 델테크놀로지스 역시 기업용 시장에서 내구성과 원격근무 편의성을 내세워 전년 대비 출햐량이 56.5%나 올랐다.
김경진 델테크놀로지스 총괄 사장은 “지난 회계분기에 클라이언트 솔루션 사업부(CSG) 역대 최고 매출과 판매대수를 기록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엔터프라이즈, 공공기관, 중견 및 중소기업, 전문가 그룹 등 다양한 고객군에서 괄목할 만한 비즈니스 성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도 국내 PC시장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연기됐던 교육용 PC 도입 사업과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도 부품과 완제품 모두 공급 부족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올해 충분한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여기에 크기나 무게, 가격 등 기존 트렌드에서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게이밍 등 소비자 세밀해진 요구사항을 얼마만큼 잘 반영할 지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경험했다”면서 “올해 역시 수요증가가 지속될 가운데, 프로세서나 그래픽 카드 등 핵심 부품 확보와 탄력적인 공급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