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의약품, 생활화학물질,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임상시험(전임상시험)을 통해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임상시험에서 필수 단계인 독성병리 진단은 비임상시험에서 얻은 혈액, 조직 검사에서 얻은 결과들을 토대로 시험대상 독성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조직 변화를 분석하는 조직병리 진단은 생체 내에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안전성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조직병리 진단은 유리 슬라이드에 고정된 생체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독성 손상 여부를 조사한다. 주로 경험있는 독성병리 전문가가 수행한다. 이런 분석 방법은 병리학자 각자의 주관적 판단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객관성을 위해 병리학자 간 의견 교환 등 다양한 연구 방식이 도입됐다.
최근 독성병리 연구는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시킨 가상 슬라이드 이미지(WSI)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조직 샘플이 고정된 유리 슬라이드의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인 WSI로 인해 데이터 및 전문가 사이의 의견 교환의 편의성은 물론, 컴퓨터 영상 분석 기법과 같은 객관적 분석 도구 도입 또한 가능하게 됐다.
현재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AI 기법은 컴퓨터 영상 인식 분야에서 사람이 관여하던 기존의 머신러닝보다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 영상 판독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AI 기법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독성병리연구그룹에서는 그동안 연구소에서 진행한 안전성평가시험으로 축적된 설치류(실험동물) 조직 WSI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차세대 독성병리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독성연구 및 안전성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관인 간, 신장 그리고 폐 등의 WSI에서 각 조직 내 독성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주요 소견 5~7개에 대해 데이터를 분류하고, 병변 부위를 표시(레이블링) 표시(레이블링)한 뒤 딥러닝 알고리즘 학습 진행 및 수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간 조직에 대한 5가지 소견들을 우선 선정해 딥러닝 학습을 진행했고,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이미지에서 병리소견을 잘 검출하는지 확인해 본 결과 90% 이상 정확도를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독성병리 진단을 위한 분석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개발 중에 있다.
향후 이런 연구를 통해 분석 대상 조직과 병변을 늘려 AI 기술을 이용한 신속하고 정확한 독성병리 진단기술로 산업계 지원이 활발히 이뤄 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차세대 독성평가 기술 발전이 국민 건강과 안전사회 실현을 위해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며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를 강화해 가야 할 것이다.
황지희 안전성평가연구소 독성병리연구그룹 박사 jihee.hwang@kitox.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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