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인 오늘 개봉되는 영화는 무려 열 편이 넘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되고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계 역시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연인이나 친구들과 영화를 보려고 해도 무조건 좌석을 한 칸씩 떨어뜨려 앉아야 하던 것도 이제는 두 좌석씩 붙어 앉을 수 있게 된 요즘 함께 볼만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워 위드 그랜파'
이 영화에서 단연 이슈가 되는 것은 로버트 드 니로와 우마 서먼의 부녀 케미가 아닐까 싶다. 카리스마 넘치는 두 배우가 가족 코미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오크스 페글리라는 아역 배우와 대적하는 로버트 드 니로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장르의 영화들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고 현재도 그러하지만 영화 '대부'에서 알 파치노와 함께 쌍벽을 이루며 마피아 보스를 연기했던 선 굵은 배우라는 점이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터다.
고령의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는 과정에서 아들 피터의 방은 할아버지 에드의 공간이 된다. 방을 빼앗긴 피터는 자신의 방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할아버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름' 정정당당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그린 영화다.
할아버지 에드의 친구들과 피터의 친구들이 트램펄린 장에서 벌이는 승부도 꽤나 흥미롭다. 크리스토퍼 월켄과 제인 세이모어, 치치 마린 등 낯익은 배우들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에 나올법한 가장 역할을 맡은 롭 리글과 사랑스러운 손녀를 연기한 로라 마라노도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킬 빌'의 킬러였던 우마 서먼이 코믹 가족극의 엄마 역할을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국내에서는 '앨빈과 슈퍼밴드', '가필드' 등으로 알려진 팀 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다소 유치하고 뻔한 내용일 수는 있다. 그러나 때로는 올드 한 감성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최적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흔치 않다. '워 위드 그랜파'는 세대를 뛰어넘어 남녀노소 모두가 같이 보기에 적합한 영화이다.
◆ 연인과 함께 볼 만한 '라스트 레터'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현재에도 재개봉되어 간헐적으로나마 상영 일정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희대의 명작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후에도 다수의 작품에서 원작자나 프로듀서로 활약해 왔던 이와이 슌지 감독이 다시금 편지라는 매개체를 주제로 하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라스트 레터'이다.
핸드폰을 넘어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요즘 편지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는 이와이 슌지 감독은 각고의 노력 끝에 편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묘책을 찾았고 그것을 다듬어 '라스트 레터'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레터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이번 영화는 내용면에서는 '러브레터'와 크게 상관이 없는 영화이기는 하다. 그러나 학창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그 상대를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의 감성을 특유의 잔잔함을 토대로 그려내었다.
특히 엄마의 과거 어린 시절과 현재의 딸을 연기하는 히로세 스즈와 모리 나나라는 어린 여배우들의 1인 2역이 돋보인다. 마츠 다카코와 나카야마 미호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에 다시금 출연했다는 점 역시도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대놓고 영화 '러브레터'를 상기시키지는 않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애잔한 감수성을 건드려준다는 점에서 같은 결을 가진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세상을 떠난 언니, 엄마,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서로 그녀를 떠올리며 손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은 '라스트 레터'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다 보니 영화적 개연성에 있어 작은 허점과 억지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러브레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연인이라면 함께 영화를 보고 그 감상을 손 편지로 적어 상대에게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 친구와 함께 볼 만한 '잃어버린 얼굴 1895'
친구와 함께 볼 만한 영화로 꼽기는 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로 그 대상을 한정 지을 수 있을 듯하다. 영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국내 최초로 뮤지컬 실황을 영화화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함께 조선의 마지막 왕비였던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왔던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지난 7월 11일 공연의 실황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무대 위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직접 감상하는 현장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영상물로서 상영관을 통해 관람한다는 것이 어떠한 느낌일 줄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직접 관람한 영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우려되었던 공간적인 제약이나 음향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고 상당한 수준의 영상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 가진 강점들은 상쇄되었지만 뮤지컬 무대를 관람하는 것으로는 충족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더해졌다.
바로 등장인물 개개인의 표정이나 대사와 가사의 전달성, 음향에 대한 부분이 영화화된 뮤지컬이 가질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영상이기에 무대 위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접할 수 있었고 넘버에 따른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표정으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해당 회차의 명성황후를 연기한 차지연 배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열연하는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뮤지컬 관람 시 대사나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 감상을 저해할 수 있는 부분도 영화화된 작품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영화화된 뮤지컬 작품은 현장감을 느끼지 못하는 핸디캡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신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할 수 있겠다.
뮤지컬 티켓의 가격과 영화 티켓의 가격이 큰 차이를 가진다는 점도 무시하기는 어렵지 싶다. 게다가 공연장과 거리가 멀어 관람이 쉽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나 뮤지컬을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보지 못했던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해 보고 실제 뮤지컬과 어떠한 차이를 가지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