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우주기술 역전 우리도 가능할까

우주기술은 손쉽게 쌓을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벽돌을 조금씩 쌓아 올리듯 현재 기술을 확보했다. 소요된 예산은 우주만큼이나 천문학적이다.

후진국 입장에서는 선진국을 뒤따를 길이 막막하다. 우주 분야는 다른 학문처럼 관련 논문이 활발하게 발표되는 것도 아니다. 국방 분야와 직결돼 철저한 보안에 가려져 있다. 후진국은 선진국 도움과 협력을 기대하거나, 기술 자립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우주기술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역전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들어간 시간과 예산이 적으면 그만큼 성과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그나마 우리나라가 이례적인 경우였다. 우리나라는 1992년 우리별 1호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30년도 채 안 돼 발사체에 쓰일 75톤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상당히 빠른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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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달 교수를 비롯한 우리별 1호 개발 연구진이 발사 성공 후 찍은 기념사진

그런데 최근 이변에 가까운 급속 성장 사례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말(Al Amal)'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아말은 화성 구도를 돌며 대기 조사를 주 임무로 삼는다. 화성 전 지역 1년간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세계 최초다. 아말은 향후 화성 착륙에 앞선 전 단계 기술 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을 이변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UAE 우주기술 역사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UAE는 2009년과 2013년 '두바이샛' 1호와 2호를 개발했다. 2018년에는 '칼리파샛'을 개발했다. 위성 개발에 머무르던 수준에서 이번에 곧장 화성 탐사에 뛰어든 것이다. 이전까지 화성궤도에 진출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뿐이었다. UAE는 중국보다도 빨리 화성궤도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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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탐사선 화성 궤도 진입 상상도

우리 입장에서는 특히 놀라운 일이다. 기존 위성 3기 개발에는 우리나라 기업 쎄트렉아이의 협력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도움을 구하던 곳이 선진국 수준의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귀감이 된다.

관련 상황에 밝은 이주진 UAE 우주청 자문위원(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주진 위원에 따르면 UAE는 그동안 나라를 지탱해오던 석유가 고갈될 날을 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행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우주청을 발족하면서, 100년 뒤인 2117년 화성에 인간 거주구를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웠다. 이미 국내 화성 연구시설을 갖춘 상태로 화성 테라포밍과 우주 식물재배 등을 연구 중이다. 특히 우주기술 국산화에 관심이 높고 젊은 인력양성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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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탐사선의 화성 탐사 여정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이제는 도리어 UAE에 본받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다 국가적인, 겁 없는 투자와 도전이 우리나라 우주기술을 성장시키고 향후 해외 선진국을 앞지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우주기술에 보다 집중적인 지원을 펼칠 수 있기 바란다”며 “UAE의 경우 특히 우주기술연구원 평균 나이가 28세 수준일 정도로 젊은데, 이들은 '챌린지 스피릿'을 바탕으로 겁 없이 연구개발(R&D)을 펼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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