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클럽하우스' 열풍의 이면

Photo Image

클럽하우스가 장안의 화제다. 클럽하우스는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음성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공하는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말한다. 지난 1월 31일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 앱을 이용해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간 양방 대화를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후 올 설 연휴 기간에 매일 두 배 정도의 가입자가 폭증한 실시간 대화방이다. 누구나 방을 개설하고 개설된 방에서 마음껏 대화를 나누며 본인의 본 캐릭터 또는 부 캐릭터로 대화를 나눠도 녹취되지 않고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다른 참여자를 팔로어해서 연결할 수 있어 관계 기반으로 여러 주제에 대해 심각한 토론부터 일상 잡담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든 이에게 평등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왜 클럽하우스에 열광하는가. 팬데믹으로 인해 차단된 누군가와 대화에 대한 억눌려 있던 열망이 터진 것일까. 한번 참여하면 3~4시간을 연속으로 이용하는 것은 보통이다. 70시간을 연달아 이 방, 저 방에 참여하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청취하던 참여자가 현실로 돌아와 본인의 모습에 개탄하는 사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권 논의가 시작된 중국의 경우 파급력 우려로 인해 접근이 차단됐고, 시스템 측면에서는 머스크 등장 이후 폭증하는 가입자를 견디지 못해 일부 대화가 지연되거나 상실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시간 소모성 클럽하우스의 매력은 일상에서 미디어 접속 행태를 급격히 바꿔 놓고 있다. 차량 운전 시 라디오를 대신해 클럽하우스를 청취하고, 기존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일부 시간을 대체한다. SNS가 인터넷 포털서비스 광고 시장까지 위협할 수 있다. 임직원이 10여명밖에 되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의 가치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 기술이다. 수익 모델이 정착하지 않았고, 대화방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공간의 괴롭힘이나 혐오 등 논란도 있다. 책 읽는 방과 음악 틀어 주는 방에서는 저작권 논란이 있고, 명예훼손·모욕 등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규제와 통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극히 초기 단계며,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위축되지 않도록 대화방에 참여하는 전문가가 자정과 자율을 이끌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초기 트위터가 한 것처럼 양방향 대화 창구가 아니라 미디어에 비중을 두고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으로 정착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대에 궁핍하기만 한 원초 본능의 욕구를 가장 인간 행태에 걸맞은 소통 도구로 채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이용자 집단에 걸맞은 구조로 대화방 이용 정책을 최적화하는 과정을 자동화,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언제 들어오고 언제 방에서 나가는지 측정할 수 있다면 청취율·노출도를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다양화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의 고려 사안은 대화방 이용 시 발생하는 각종 정보의 안전성과 사생활 측면에서 허점을 분석하는 등 다가올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는 인터넷 서비스 규제 사례가 축적돼 클럽하우스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예측 가능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른 규제자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추도록 이끌고, 사고 발생 시 현행 법령을 통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서 이용자 권익을 보장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기존 시민의 삶에 커다란 통제가 가해지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본능의 욕구 발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이렇게 승화된 기제가 작은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기술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차원의 물과 공기가 될 수 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kevinlee@korea.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