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보험업권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얽힌 실타래 푸나

건보공단·심평원과 데이터 활용 여부 논의
복지부 "신정법에 적용 안돼" 유권해석
업계 "인슈어테크 서비스 제공에 필수"
금융당국 활용 가능성 추진 의지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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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업권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해 유관기관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의료계 등 반발로 사실상 보험업권이 배제되면서 금융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보험업권 공공데이터활용 문제가 풀릴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회동을 하고, 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보공단, 심평원 등과 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막 첫 논의를 시작한 것이며 서로간 입장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를 통해 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등이 신용정보법 제33조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앞서 복지부는 “가명처리된 질병정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개인 동의가 없어도 되는데 그 정보를 제공받는 신용정보회사등은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 등 신정법에 대한 금융위 이견에 대해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데이터 3법이 개정되고 후속 조치로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공공데이터 활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보험사에 가명 처리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지만, 건보공단과 심평원을 비롯 의료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정보 보호법 해설서'를 보면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에 따라 개발과 실증, 기초 연구, 응용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 및 민간 투자 연구를 위해 가명처리된 의료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연구 예가 포함돼 있다. 예시로 보험사기 자동 탐지시스템 개발을 위해 보험사기 사례 관련 청구금액 등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의료계가 연구 목적을 벗어나 보험사 등이 영리 목적으로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 접근이 제한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확대를 위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의료데이터 중 하나인 '환자데이터세트'를 활용하면 성별이나 나이 등 기본정보에 진료내역, 처방내역 등 치료내용을 살펴볼 수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런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과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핀란드의 경우 정부가 국민 의료정보를 수집·익명처리해 민간 기업 등 누구나 연구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업계는 금융당국 등이 적극 보험업계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공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계약자는 물론 유병력자 등에 해당 정보를 활용해 보험료 할인이나 건강증진형 상품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공공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슈어테크와 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가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런 정보활용이 가능하다면 보험 계약자에 다양한 인슈어테크·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2013년 제정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보험사와 보험개발원에 비식별 처리된 환자데이터세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에서 보험사가 영리목적으로 의료데이터를 사용하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중단됐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