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시대 '원격의료'로 보는 의료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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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에머슨(Ron Emerson) 줌 글로벌 헬스케어 리드

업계에 따르면 의료 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를 이용한 환자는 기존 대비 최대 175배 급증했다. 원격의료 논의는 오래 전부이 지속됐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이용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몸이 아플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카메라를 켜는 것보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는 게 자연스럽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상황을 뒤집었다. 미국에서는 의료 시설의 서비스 재개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되자 경기 부양 법인 '코로나19 지원·구제 및 경제 안정을 위한 법'(CARES Act, 케어스 법)이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보험인 '메디케어'의 지원 범위를 원격의료로 확대했다.

이는 온라인 케어의 전환점이 됐다. 대상자가 집에서 원격의료로 받는 의료 서비스에도 의료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 시행 후 의료업계는 시스템을 새로운 원격의료 솔루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첫 주 1만1000명이던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자는 4월 셋째 주 1300만명으로 늘었다. 1개월 보름 사이에 무려 1만1718% 급증했다.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과 환자의 직접 접촉을 줄이는 방안은 코로나19 확산 위험도를 줄이고, 환자를 돌보는 방식을 혁신시킨다.

예컨대 원격의료는 감기·귓병처럼 흔한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도 코로나19 노출 우려 없이 우선순위 및 긴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심장 질환, 당뇨 등 만성질병을 앓는 환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할 수 있다. 또 체중 관리, 약물 복용 등 건강관리 방안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다. 연 평균 수십억달러 손실을 일으키는 노쇼(예약 부도)나 예약 취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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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원격의료 확산은 공중보건 개선에도 긍정 영향을 미친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동 수단 미비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환자 등에게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민간 헬스케어 분야에도 이점을 가져온다. 서비스 제공자는 비용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면서 더 많은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도 가능하다. 비용을 줄이고 자원 부족 문제도 해결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올해 세계 각국의 의료계는 분명한 변화를 겪었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대상자가 원격의료 기술에 익숙해진 만큼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원격의료 도입률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46%로 껑충 뛰어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번은 오는 2025년 원격의료 시장이 현재보다 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헬스케어업계는 이제 원격의료를 준비해야 한다. 관련 프로그램 역량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더 많은 환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먼저 온라인에서 환자와 대화하고, 상태를 진찰·진단하고 모니터링하며, 처방을 내리기 위해 오디오·비디오 품질 및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환자에게 더욱더 원활한 원격의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진료 차트, 의료 기기, 진단 도구와 기타 클리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하는 준비도 요구된다. 모든 대상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 플랫폼 마련도 중요하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거나 기술 사용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수용해야 한다.

헬스케어 공간은 병원을 비롯한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가정, 심지어 이동 중인 때로도 확대됐다. 앞으로 원격의료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론 에머슨 줌글로벌헬스케어 리드 press@zoo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