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바다가 붉게 변하는 '적조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적조현상은 바닷물에 영양분이나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식물 플랑크톤이 많이 번식해 바닷물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인데,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이기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와 문지영 박사과정생 연구팀이 1980년대 이후 질소 오염 물질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동북아 해역의 영양염 균형이 파괴됐으며, 적조를 유발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종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질소 오염 물질 유입에 의해 해황의 변화가 가장 빨리 나타나는 곳이 중국 장강과 가까운 '이어도 과학기지' 해역임을 확인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산업화로 질소 오염 물질이 많이 늘어난 지역이다. 이 오염 물질이 홍수나 장마 등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동북아 해역은 예기치 않은 대규모 비옥화를 겪게 된다. 질소 오염 물질은 연근해 유해 조류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수질 악화·해양 생태계 종 조성 변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이 경고해왔다.
연구팀은 1980년대 이후 지난 40년 동안 한반도 연근해 및 동중국해에서 측정된 영양염 농도 자료와 적조 발생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 해양의 광범위한 부분이 질소 부족 상태에서 인(P) 부족 상태로 변화했다. 동시에 규산염(Si) 보다 질산염(N)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석연료와 질소비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질소 오염 물질이 바다로 유입되는 양이 증가함에 따라 동북아 해역의 영양염 체계가 변화하고, 이에 따라 식물 플랑크톤의 종 조성, 나아가 해양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직접적 증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질소 오염 물질 유입에 의한 해황의 변화가 가장 빨리 나타나는 곳이 이어도 과학기지 해역임도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이기택 교수는 “이어도 해역에서 나타난 변화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연근해에서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연근해 영양염 농도 및 생태계 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질소 오염물 배출량을 정하는 등 환경정책 수립의 중요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수산과학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산성화 영향 및 예측', 국립해양조사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이어도 해역의 해양탄소순환 반응 및 한반도 기상인자들 간 상관성 연구(IV)'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 성과는 전문저널인 '호소학과 해양학'에 소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