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김시소 기자

“구글이 하겠다는데 피할 방법이 있을까요. 정책 변경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여름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에 게임 외 애플리케이션(앱)에도 구글빌링시스템 적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개발자와 업체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올 것이 왔다'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이 내용을 처음 제보한 곳조차 기사가 나간 후 어떤 반향이나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변화가 시작되니 참고하자는 의미였다.

구글이 신규 앱에 대한 구글빌링시스템 적용을 전격 미뤘다. 한국에만 취한 조치였다. 구글빌링시스템 의무 적용이 알려지자 업계가 우려를 표시했고, 국회와 정부가 화답한 결과로 보인다.

구글은 글로벌 기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궁극으로 글로벌 기업을 꿈꾼다. 인터넷 산업에 국경이 없다는 표현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어떤 기업이 나쁘고 어떤 기업은 선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경영진과 집단이 꿈꾸는 목표를 향해,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움직일 뿐이다.

산업과 시장은 선하거나 의도해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와 정치는 그렇지 않다. 국경이 있고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그런 역할을 위해 때로는 특정 기업의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막아야 할 때도 있다.

인터넷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비대면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시공간의 의미가 기존과는 달라졌다.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세계에서 지역 정부와 정치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때로는 폐쇄적으로, 때로는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자국 산업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


구글빌링시스템 적용 유예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지역과 국가의 여론 및 정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음을 잘 보여 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내 산업이 글로벌 시장 흐름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파이를 늘려 갈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한다.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