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소기업 PC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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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 협회장

20년 전 데스크톱PC는 냉장고, TV와 함께 웬만한 가정에서 한 대씩 보유한 국민 가전제품이었다.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사이버21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국민PC 보급사업' 덕분에 기존 200만~300만원대 하던 고가의 컴퓨터를 10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는 우리 일상에서 필수품이 됐다.

통신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각 가정에서 데스크톱PC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가볍고 작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면서 현재 크고 무거운 데스크톱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물론 데스크톱PC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 많은 가정에 데스크톱PC가 남아 있다. 그러나 고성능 게임, 디자인 작업 등을 위한 고사양 제품이 대부분이다. 익히 알려진 대기업, 중소기업 브랜드가 아니라 자가 조립형 또는 주문형 고성능 컴퓨터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데스크톱PC 제조업은 사양 산업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데스크톱PC는 보안성과 편의성이 높고 가격도 저렴해 기업이나 정부조달 시장에서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국내 PC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0만대(2019년 기준)다. 이 가운데 40만~50만대 정도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60여개 중소기업 간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며 성능을 지속 혁신하고 있다.

데스크톱PC는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는 법령 등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국내에서 직접 제조·생산하는 중소기업에 한해 공공조달 시장 입찰 등으로 공공기관에 공급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PC는 조달청 '나라장터쇼핑몰'을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일반 민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2013년 이전의 전체 공공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 물량 43만대 가운데 약 23% 수준인 10만대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에는 가뭄에 단비로 여겨질 정도로 매우 고마운 제도였다. 중소기업자 간 가격 경쟁과 다량 구매 시 할인율 적용 등으로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안정된 정부조달 시장을 통한 수주 기회를 부여받고 이를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소 PC기업은 올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8년 차를 맞았다. 정부 지원정책에 힘입어 꾸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기존 생산 품목이던 데스크톱 및 일체형PC를 비롯한 모니터, 노트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난관도 있다.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한계인 마케팅 능력, 제품 인지도, 고객 충성도가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민수시장에서 중소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국내외 박람회 등에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중소기업 사례도 지속 발굴되고 있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는 중소 PC기업의 매출 신장과 멤버십 강화를 위해 계약과 관련해 교육 지원, 법률 자문, 회원사별 차등화한 정보 제공, 회원사 간 원자재 대여제 도입, 홍보 역량 강화 등에 노력하고 있다.

중소 PC기업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중소기업 노력을 바탕으로 국내 직접 생산을 이어 가고 있다. 실업자 100만 시대에 매년 중소기업 수가 늘며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협력 제조사와 유통사 망을 통한 원자재·부자재 구입, 수출 등으로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PC 시장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배려와 함께 중소기업이 보여 온 각고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다. 앞으로도 정부의 지속 지원과 업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 협회장 mkt@tre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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