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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승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일반 예측이었다. 이 같은 관망은 기업결합 신고 시점인 지난해 말부터 11개월이 지난 시점인 2주 전까지 지속됐다.

그런데 돌연 4조원 대 빅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극적인 장치가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건부 승인 요건으로 DH의 '요기요 매각'을 내걸면서 'M&A 반전 시나리오'가 전개됐다. 애초에 60% 점유율의 배달의민족과 30% 점유율의 요기요를 동시에 품고자 한 DH 입장에선 뼈아픈 소식이었을 것이다.

이보다 앞서 신종 플랫폼 간 기업결합을 분석한 공정위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조건부 승인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수수료 인상이나 합병사 간 데이터 공유 제한 등 조건이 달렸을 것이라는 중론이었지만 가장 큰 혹은 독과점 해소였다.

이제는 법인의 전면 매각 조건과 별개로 당국이 걸어 놓은 추가 조건, 피심인 측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9일 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심의될 가능성이 짙지만 최종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물론 DH가 구조적 조치인 매각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H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는 DH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잠재력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에 투자를 집중해서 영업망을 확장하는 측이 장기로 유리할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DH가 전원회의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특수성에 대해 설파할 수도 있다. 쿠팡이츠, 네이버, 공공배달앱 등 경쟁자들을 경쟁 제한성 완화 요인으로 재차 강조하는 방법이다.

플랫폼 시장이 치열한 점유율 다툼의 격동지인 만큼 당국이 경쟁 제한성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반박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10년 전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조건부 승인 사례를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오픈마켓 시장 현황을 제시,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다는 점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원회의 심판정이 사무처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상반된 판단을 내릴 공산은 낮아 보인다. 사실상 설득하기 어렵고, 공정위의 조건을 받지 않을 경우 '백지화'된 M&A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기간산업 구제라는 정무 판단에서 빗겨 날 수 있다.

주무 부처는 경쟁 제한성과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측면에서 합병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공정위는 타 부처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경쟁이 줄수록 소비자 편익은 줄고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공정위는 올해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 '원칙 고수'를 수차례 공고히 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