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칼럼]3D 그래픽 시대의 디지털 장인정신 '도트 그래픽'

컴퓨터 그래픽의 눈부신 발전으로 실사와 그래픽 구분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2D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라이언킹'을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감 넘치고 웅장한 규모의 그래픽 콘텐츠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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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2020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투박하고 각진 그래픽 스타일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레트로 열풍'처럼 옛날 그 시절 감성을 유지한 '도트 그래픽'이다. 도트 그래픽은 2D 그래픽 작업 방식의 하나다. 화면을 구성하는 단위인 픽셀(Pixel)에 점(Dot)을 찍어 연결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손이 많이 가고 작업이 까다로운 편이다.

과거 오락실 게임과 초창기 온라인게임은 거의 도트 그래픽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감성과 도트 그래픽은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레트로가 다시 유행하는 것처럼 고전게임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트 그래픽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실제로 게임 시장을 살펴보면 더욱 화려한 3D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연일 등장하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도트를 잘 활용한 게임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초기 접근성 때문에 기업 급이 아닌 소규모 팀이나 스튜디오에서는 도트 그래픽을 잘 활용하고 있으며 다수의 게임이 여전히 도트 그래픽으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도트 그래픽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인 상황에도 도트 그래픽 아트 분야 인력은 점점 줄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도트 관련 아카데미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 시절에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됐던 도트 관련 커뮤니티마저도 현재는 많이 쇠락해 도트 그래픽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 도트 그래픽에 관심을 두고 자체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새로 도트에 입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셈이다.

도트 그래픽 작업은 이미지의 사실성보다는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익숙한 감성을 지닌 도트 그래픽만의 특성을 얼마나 잘 살려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필자도 '바람의나라:연' 아트 디렉터이자 도트를 찍는 게임 아트 종사자 중 한 명으로서 도트 그래픽을 어떻게 하면 낡은(Old) 방식이 아닌 클래식(Classic)한 기법으로 승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겉으로만 도트 그래픽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이와 타협하지 않고 수작업 방식을 고수하며 도트 그래픽이 지닌 장점과 감성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외주 없이 내부적으로 작업을 진행해 작업물의 품질을 유지하고 내부 인력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외부 도트 그래픽 인재 영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도트 그래픽을 할 줄 아는 이른바 '도터'들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상대적으로 옛 방식인 도트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불안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살펴볼 수 있듯 도트 그래픽은 여전히 수요가 있으며, 그래픽 스타일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으로 친숙하다는 점에서, 또 상대적으로 도트 감성에 생소한 유저에게는 참신한 그래픽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이 돌고 돌 듯 도트 그래픽 프로젝트들이 더욱 많아지고 '도터'로써 자부심을 품고 장인정신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어나 서로 좋은 교류를 하는 시장이 형성되길 바란다.

김훈 슈퍼캣 아트 디렉터 numg94@superc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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