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유라시아 일주 자전거 편지’

Photo Image

29세 열정의 딸, 상하이에서 런던까지 ···동서양 문명길 달려 사람의 향기 찾다

지난 2019년 2월 3일, 중국 난징의 온라인 영어신문 ‘난징어’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9세 한국 여자, 상하이에서 런던까지 자전거로 239일, 8460km를 달리다.’

지난 2018년 6월 2일 자전게에 몸을 싣고 상하이에서 출발한 유채원(영어 이름 Eva Yoo)은 2019년 1월 26일 런던에 도착했다. 화제의 주인공 유채원 작가가 기획한 ‘시크로드(SeekRoad)’는 중국 최대 온라인 IT전문매체 ‘테크노드’의 영문기자였던 저자의 8개월짜리 프로젝이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크로드의 여러 나라를 찾아가 현지 창업가들을 인터뷰하고, 현지 사람들을 모아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실제로 작가는 중앙아시아에서는 주로 민박을 하고, 터키와 유럽에서는 ‘카우치 서핑’과 ‘웜 샤워’를 이용해 숙식을 해결하면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세상 사람들의 깊은 인정과 다양한 향기를 체험했다.

“카자흐스탄 황야를 가로지르다 숲속에서 쉬고 있는데,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위구르 가족에게 둘러싸였어요. 같이 사진만 찍고 떠나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귀여운 표정으로 열심히 졸라서 집에 같이 가게 되었어요. 열두 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사는 집에서 저는 신장 투루판의 벽화 속에서 웃고 있던 위구르 사람들을 진짜로 만났어요. 아이들은 맑고 순수하고, 아빠는 밝고 유쾌하며, 초록 히잡을 쓴 엄마는 유머러스하고 인자했어요. 제가 카자흐어를 모르는 만큼 그들도 영어를 몰랐으나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표정과 몸짓으로 많은 대화를 이어갔고, 마음이 통해 눈빛만으로도 쾌활하게 웃을 수 있었어요. 그 집 부모님은 나중에 꼭 다시 와야 한다고 하실 만큼 저를 좋아하셨어요. 닷새나 신세 지고 떠나는 날 가족 모두와 포옹하고 집을 나선 지 몇 시간도 안 되어 엄마가 보낸 왓츠앱에 러시아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하느님께서 너를 보호해주실 거야. 길 조심해서 가렴. 우리를 잊지 마라. 모든 게 잘 되기를 빈다.’ 구글 번역기로 읽으며 가슴이 뭉클했어요.”

Photo Image

작가는 터키에서 만난 두 이란 자전거여행자에게서 받은 감명도 털어놓았다.

“자전거를 타고 흑해 해변을 달리는데 이란에서 온 두 남자 자전거여행자가 저를 불렀어요. 흑해 옆에 작은 집을 짓고 카우치 서핑을 하는 터키 사람 무랏의 집 앞이었어요. 두 남자는 그들이 찾아가는 도시마다 이란 전통의상을 입고, 이란 전통춤을 추며, 이것을 영상으로 찍는다고 했어요. 그 영상을 보고 감탄하자 그들은 가방에서 메시지가 적힌 천을 꺼냈어요. ‘춤을 추면 전쟁이 줄어든다(More dance less war).’ 이 강렬한 표어는 정말 내 가슴을 때렸어요. 그들은 세계가 이란을 어떻게 보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리스 산속 작은 마을에서는 한국의 방과 후 교실과 같은 학교를 찾아갔는데, 정부 도움 없이 순전히 그곳이 고향인 세 남매의 힘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36세 에르미스는 6년 전, 두 여동생과 함께 고향인 파나깃사에 돌아와 ‘어린이 과수원’이라는 이름의 방과 후 교실을 시작했대요. 인구 400명인 작은 마을에서 학생들과 함께 씨를 뿌려 농작물을 재배하고, 책을 읽으며 공부한대요. 내가 만난 학생들은 8명이었어요.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라 경제가 좋지 않고 돈이 부족해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했대요. 아이들에게 요리도 가르치고, 함께 곰의 생태도 관찰한대요. 에르미스는 네덜란드에서 대학을 마친 후 인도 음악을 배우고, 영국에 가서 1년간 음악 테라피를 공부했기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음악과 나무공방 수업부터 시작했대요. 그러다가 아이들과 함께 수확한 작물을 판 돈으로 아이들과 의논해 현미경을 사서 과학 수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공부 과목을 늘렸대요. 방과 후 교실에는 정말 현미경이 있었어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중세에 세워진 성안에서 약혼자와 함께 살며 자가를 초대한 셀모라는 37세 청년을 만난 것도 큰 충격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요르단에서 분리수거 사업으로 성공했대요. 그 후 이 성으로 돌아와 지구온난화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최대한 자원을 덜 쓰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 살아가고 있었어요. 생활폐기물을 철저히 분리해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들고, 퇴비 화장실을 짓고, 전기냉장고 대신 자연 냉장고를 설치해 쓰고, 양봉으로 꿀을 얻고, 밤을 주워 스프레드를 만들고, 손수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먹고, 자연농법으로 허브와 채소를 재배했어요. 꿀을 담을 때도 재활용 병에 병뚜껑만 새것을 사서 최대한 단순하게 포장했어요. 그의 퇴비 화장실은 우리나라 재래식과 비슷한데 톱밥을 뿌려 냄새를 없앴어요. 난방도 숲에서 모은 죽은 나무 장작불로 난로에 불을 피웠어요. 잘 때는 화롯가에 놓아둔 반질반질한 벽돌을 넣어 이불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전기장판을 그리워하던 나를 부끄럽게 했어요.”

Photo Image

힘들었던 일도 많아서 그리스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치한을 만나 위험한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몬테네그로에서는 핸드폰이 고장 나 두 번이나 수리점을 찾았으나 고칠 수 없어서 7일 동안 핸드폰 없이 길거리 표지판에만 의존해 달려야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길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난당하고 찾지 못해 중고 자전거를 사서 여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세상은 정말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해요. 사람들이 제일 친절한 나라는 터키였어요. 도무지 숙소가 없으면 저는 현지인 민가의 문을 두드렸는데, 중국에서는 하루 10번, 카자흐스탄에서는 5번을 거절당했으나 터키에서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어요. 그들이 먼저 손짓해 밥 먹으라 하고, 밥을 먹으면 자고 가라고 했거든요. 터키 사람들은 저를 가까운 친척처럼 대했어요. 많은 사람이 아주 흔하게 말했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에서 팔을 잃으셨어’ 또는 ‘6.25때 전사하셨지’. 이런 말을 들으면서 이 나라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토록 힘든 여행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3년도 넘게 세계여행의 꿈을 꾸었어요. 중국에서 기자로 일할 때도 늘 책상 한쪽에 종이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 내려갔어요. 인도에서 요가 배우기,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추기……,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이 나라들을 어떻게 이을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다 친구 소개로 우연히 콜롬비아 청년을 만났어요. 그는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 친구의 송별회에 참석하고, 그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배웅하는데 마치 내가 떠나는 것 같이 가슴이 뛰었어요. 그의 자전거에 실린 묵직한 가방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가 자전거를 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저는 그동안 스타트업 전문 기자로서 가장 빠른 업계의 기술과 트렌드를 전하기 위해 비행기로 출장을 다니며 기사를 쓰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그러다 가끔 이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영화 2~3편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화권이 완전히 달라져 있거든요. 중국인과 영국인은 생김새나 태도에 너무 차이가 커요. 이런 문화적 차이가 벌어지는 데에는 반드시 그만한 물리적 거리가 있기 때문인데 현대에는 빠른 교통수단과 통신기술로 인해 이런 물리적 거리가 너무나 가까워져 버렸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이 먼 물리적 거리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문화가 변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자전거를 통해서 가능하면 느린 속도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었어요.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유라시아 대륙은 도대체 얼마나 큰 걸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고장에서 어떤 삶을 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가며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어요.”

[저자 소개]

지은이 : 유채원(劉采源)

1990년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중국 온라인 미디어 ‘테크노드’ 영문 선임기자. ‘뉴스 젤리’ 회사의 사업개발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파견 근무. ‘내일비’ 회사의 글로벌마케팅 매니저로 이스라엘 파견 근무. 이스라엘 창업교육센터 창업과정 수료.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체 유튜브 인터뷰 기사 ‘beSUCCESS’에 기고. 21세 때부터 ‘세계를 배우면서 달린다’는 목표를 세워 영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에콰도르에서 1년간 봉사 활동을 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 중국에서 일했다. 4개 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스페인어)에 능하고 주특기는 맨땅에 헤딩하기. 어떻게 하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네이버의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 ‘SeekRoad’를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한다.
저서_‘중국 스타트업처럼 비즈니스하라’ (초록비책공방)

발행 : 도서출판 금토
신국판 변형 368쪽 원색
값 : 15,000원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