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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에 봅시다.” 30분 기다리고 3분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건네며 던진 의사의 한마디다. 이번에도 큰일은 없다는 안도감과 2시간 이상을 소모한 진료 방식이 왠지 씁쓸하다. 하루 수백명 감기환자 가운데 심각한 폐질환을 쪽집게처럼 잡아내야 명의라던 의사 친구의 얘기가 이해되지만 이런 진료 방식에 소중한 몸을 맡기기는 많이 불안하다. 가끔 영상촬영과 피검사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다지만 비싼 비용에 대한 병원의 신뢰도가 100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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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필두로 디지털치료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을 진단·관리·치료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웨어러블 컴퓨터에 부착된 센서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고, AI로 분석한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는 저렴하고 객관화한 판단에 의존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와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는 다양하게 적용된다. 우울증환자에게 약물과 병행한 행동치료와 인지치료 등을 제공하고, 뇌영상과 생체신호 기반의 AI 분석은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평상 시 생체신호, 행동분석 등으로 자살이라는 최악의 불행도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피부질환이나 당뇨발을 진단하고 불면증과 공황장애를 관리하는 디지털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아직은 논문을 근거로 한 개발 수준의 산업이지만 미국 시장이 보여 준 급격한 성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임을 보여 준다. 특히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스마트워치 등장은 생체신호 수집이 일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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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은 원격의료를 거부하는 의료법 개정이다. 개인병원과 대형병원의 관점차를 '환자관리 이원화'로 풀고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환자관리 이원화는 대형병원은 심각한 병세를 호전시키는 수술 등에 집중하고, 개인병원은 원격의료의 주체가 돼 환자를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출현도 바람직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플랫폼,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개인병원, 의료장비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대형병원의 상생관계 구축이 원격의료의 시작이다.

의료법 구석구석에 숨겨진 규제를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의료데이터 활용을 확장해야 한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사이에서 방황하던 디지털치료제를 위해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디지털치료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첫걸음은 내디딘 셈이다. 데이터 3법 시행으로 가명정보 또는 익명정보로 전환된 의료정보 사용도 가능해졌다. 아직도 관료와 의료 전문가의 데이터 안전에 대한 지나친 기우가 문제지만 곧 해결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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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제제를 외면하면 최악의 경우 미래 의료 산업을 포기하는 불행에 직면할 수 있다. 원격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 시장을 점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ICT를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 환경 구축으로 국민 건강을 관리하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를 시작해야 한다. 블루오션으로 달려가는 디지털치료제가 건강관리의 중심에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