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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대 전력회사인 한국전력의 실적이 주요국 전력회사에 비해 원가변동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료비가 원가에 반영되지 않는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요금체계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2013년 이후 상승하지 못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등을 포함해 올해 연료비 연동제 등 대대적인 전기요금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가도 회수 못하는 전기요금 체계가 전력 과소비를 조장하고,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독립된 거버넌스를 만드는 등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근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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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따라 급등락하는 한전 실적…주요국 전력사와 '판이'

14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전 당기순이익은 5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0년과 2011년, 2012년, 2018년,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한전 당기순이익은 국제유가와 반비례한 영업이익이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실적이 상승하고,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실적이 하락한다. 한 예로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9달러였던 2012년에 한전은 당기순손실 3조780억원, 영업손실 8179억원을 기록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41.4달러 2016년에 한전은 당기순이익 7조1483억원, 영업이익 12조16억원을 기록했다.

한전과 달리 일본과 미국, 프랑스 주요 전력사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실적을 가져가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한 2012년 이후로는 안정적인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일본 중부 전력 또한 동일본대지진으로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에는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듀크(Duke), 미국 중부 지방에서 가장 큰 전력회사 엑셀론(Exelon)은 2010년 이후 당기순손실을 한번도 기록하지 않았다.

◇경직된 전기요금체계…전력 과소비 유발

원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요금체계가 한전 실적 급등락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정훈의원실 관계자는 “연료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한전 특유의 경직된 요금체계야말로 한전 영업이익의 급격한 불안정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10년간 주요국 전력사들의 영업이익 곡선을 한전과 비교해보면 연료비 요인에 따라 급격하게 큰 폭으로 변동해온 한전 불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큰 변동 없이 흘러왔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2018년에 시범 도입된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누진제 완화) 제도가 상시 제도로 바뀌면서 오히려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전기요금은 원가도 회수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등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최근 들어 더 낮아졌다. 총괄원가 회수율은 2015년 106.4%, 2016년 106.7%, 2017년 101.1%로 100%가 넘었지만 2018년 94.1%, 지난해 93.9%(추정치)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전력을 판매하더라도 원가도 회수 못했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한전은 지난해까지 적자에 시달렸고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최근 친환경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하락하다보니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정책 비용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용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은 RPS를 충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의무 구매해야 한다. 이에 따른 RPS 비용은 2016년 1조4000억원에서 2017년 1조6000억원, 2018년과 지난해에는 2조원대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RPS 비용 보전이 힘들다. 연료비가 늘거나 줄어도 전기요금에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쥐는 돈이 줄어도 한전과 RPS 의무사업자는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재무를 악화시켜 재생에너지전환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이들 공기업 부채는 세금으로 보전할 공산이 커 후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김범조 KEI 컨설팅 상무는 “(한전 등 전력판매사업자) 재무안전성이 저하돼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값싼 전기요금 체계가 전력 과소비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유 교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10년 94테라와트시(TWh)에서 지난해 520TWh로 연평균 28%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1인당 전력소비량이 거의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농사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30% 수준으로 어려운 농민들은 대규모 기업농도 많이 활용한다”면서 “망고 같은 열대 작물을 전기로 재배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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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으로 전기요금 현실화해야…거버넌스 개편도 제기돼

비정상적인 전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구조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료비연동제를 통한 전기요금체계 정상화는 원가에 기반한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전력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전기를 판매할 경우 전력은 지속 가능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면서 “선진국 같은 인센티브 규제 등을 통해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현행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까지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전기요금 결정 체계가 적기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전기위원회에 실질적인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위원 구성·역할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유 교수는 “산업부와 기재부가 정책 목표를 갖고 전기요금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연료비 연동제 등을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은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PUC), 영국은 가스전력시장 위원회(GEMA) 등 독립된 조직이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독립된 기구면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 요금 반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