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업계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국가 전력계통망을 소유·운영하는 한전이 직접 신재생 사업을 할 경우 시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부에서도 해당 법안에 이견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민간발전협회, 태양광산업협회, 풍력산업협회 등 발전사업자가 최근 산자위 소속 여야 의원에게 한전의 신재생 직접 사업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발전업계 반발은 지난 19대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재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때문이다. 개정안은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한해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린 뉴딜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한전을 사업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다.
발전업계가 산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의견서는 발전과 판매 겸업을 금지한 법체계상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 이후 발전과 판매 사업이 분리된 상황에서 판매 사업자인 한전에게만 발전을 허용하는 반면 발전사업자는 판매업을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미 한전이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를 통해 신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굳이 직접 참여를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무용론도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거대 공기업의 신재생 사업 참여에 따른 시장 붕괴다. 한전은 신재생 사업의 필수요소인 계통 연계를 독점한 공기업으로서 전력망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발전업계 주장이다.
사업 경쟁에도 한계가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경우 규모와 공기업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저금리 등 좋은 조건으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며 “발전사, 신재생 업계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개정안 관련 40㎿ 이상 사업에만 한전을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논란이 있다. 신재생 사업 초기와 달리 지금은 40㎿ 이상 사업을 대형사업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신재생 시장 동향이 태양광에서 대규모 해상풍력으로 움직이는 만큼 사업규모 40㎿ 기준은 낮다는 평가다.
정부는 한전의 신재생 사업 직접 참여에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한전이 소규모 대규모 사업에만 참여해야 하며 중립성 훼손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이는 21대 국회에서도 변함이 없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도 한전이 직접 사업하는 것에 반대다.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 사업을 추진하면 그만큼 신재생의무할당(RPS) 부담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필요한 경우 한전에도 RPS의무이행부담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전은 “제한적 사업 참여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법 통과시 해상풍력 등 대규모 사업에만 참여해 소규모 사업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중을 키우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개정안은 산자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법안소위 심사는 거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법안심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자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한전은 전력계통망 운영을 독점하는 만큼 향후 계통접속 등의 정보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계통운영자가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망 중립성 문제가 있는 만큼 반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