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하향되는 대주주 요건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투자자의 완화 요청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에서도 재검토 필요성을 밝히면서 논란이 큰 가족 합산 규정을 수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정부는 7월 2023년부터 모든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5000만원 비과세 △연간 순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 △5년 동안 손실을 이익에서 빼는 이월공제 등 3대 혜택을 제시했다. 이런 혜택은 소액주주와 대주주 모두에게 적용한다.
현행법상 양도소득세는 일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과세하고 있다. 특정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간주돼 최대 22~33%(1년 미만 보유+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내년 4월부터 이 요건이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대주주 범위를 확대해 세수 확보를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때 주식 보유액은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 그 외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
이 경우 애초 대기업 지배주주 등의 의도적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주주 범위 확대 관련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제의 적용 시점이 달라지면서 대주주가 세제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3억원 초과 보유한 주주는 3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하지만 비과세나 손실 이월공제와 같은 혜택은 받지 못한다.
사실상 '대주주 기준 확대'가 선 시행되고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가 진행되면서다. 정부가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양도소득세를 모든 주주에게 과세하기로 한 2023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대주주 양도소득세가 주식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하향할 경우 주가 급락 등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과거 대주주 회피 매도 물량의 2~3배가 넘는 10조원 이상의 개인 순매도가 쏟아진다는 전망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한 주식거래를 매년 12월과 익년 1월에 집중시키는 것으로 관찰된다.
앞서 금융위는 주식 보유액 기준 하향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재부 측에 전달했다.
대주주 조건 완화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발도 여권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이라는 글에는 10만명이 넘는 청원인이 몰렸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원인 상황에서 3억원이 대주주냐”며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주식투자 의지를 꺾을 경우 부동산투자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기재부와 협의해 시행령을 손보는 방식으로 유예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정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