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거래소, 의도적 거래량 늘리는 '자전거래'
투자자에게 잘못된 '시그널'...금전 손실 우려
대형 거래소 상장 미끼 금품 요구하고 잠적
특금법·업권법에 규제 보완, 부정사례 방지해야

암호화폐 업계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위험요소 중 하나였던 규제 불확실성은 덜어냈다. 예상 못한 규제 발표로 사업 지속성이 떨어졌던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특금법 개정이 끝은 아니다. 업계 내부 이슈는 여전하다. 논란을 방치할 경우 자칫 업계 대외 신뢰성을 훼손할 대형 악재로도 비화할 수 있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에서 업계 이슈를 최대한 보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업권법을 마련해 포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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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자전거래 논란…특금법으로 명문화?

최근 경찰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빗'을 압수수색하면서 '자전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전거래 논란은 해묵은 이슈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거래를 발생시켜 의도적으로 거래량을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자동 프로그램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대량의 거래를 일으킬 수 있다.

자전거래에서는 특정 가격대에 코인 매수·매도가 이뤄진다. 자전거래가 발생하면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실 수요자 간 거래량이 늘어나면 시세 변동이 커진다. 반면에 자전거래는 허수 거래이기 때문에 시세에 미치는 변화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거래량 급상승이 투자자에게 착시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거래량은 거래소 핵심 지표다. 플랫폼 사업자의 '네트워크 효과'와 유사하다.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수록 투자자에게는 긍정 시그널로 작용한다. 거래량을 보고 더 많은 투자자가 거래소에 유입되고 거래소 규모도 커진다.

자전거래 대상이 된 종목 역시 투자자에게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 코인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투자자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풍부한 종목으로 오해할 수 있다. 자전거래가 벌어진 종목의 실제 거래량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적다. 실제 투자자는 매수·매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고스란히 투자자의 금전 손실로 이어진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전거래로 생소한 거래소가 순식간에 거래량 기준 업계 1위로 치고나가기도 한다. 그만큼 자전거래로 왜곡할 수 있는 액수가 크다는 의미”라면서 “거래소 사업은 투자자가 몰리는 곳에 더 많은 투자자가 유입되는 '빈익빈 부익부' 구도가 나타난다. 투자자가 적으면 코인 가격이 불리하게 거래되는 반면에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좋은 가격에 코인이 거래된다. 업계에서 자전거래가 일어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전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특금법에서 자전거래 등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암호화폐사업자 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특금법 내 마련하자는 것이다. 특금법 개정 후 암호화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당국 허가가 필수다. 특금법 수준 인프라를 갖추더라도 당국 허가를 받지 못하면 허사다.

현행법 상 신고 불수리 요건 중 금융범죄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는 있다. 자전거래를 불수리 요건에 포함하면 향후 벌어질 자전거래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절차, 업권법으로 투명성 높여야”

암호화폐 상장은 시장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증권시장과 똑같은 원리다. 종목을 상장해 시장에 공개한다. 대중이 기업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서 '판'을 까는 것이다. 암호화폐 상장 역시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상장 생태계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중개업자, 거래소로 이뤄진다. 프로젝트가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방법은 거래소에 직접 접촉하거나 중개업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상장하려면 '상장 수수료'가 발생한다. 다수 거래소가 코인 상장 과정에서 비용을 부과한다. 코인 상장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자료조사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거래소마다 상장 수수료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장 비용은 억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수수료는 거래 수수료와 함께 거래소 수입원 중 하나다.

현재 상장 생태계 일각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상장 사기'다. 거래소 차원에서 상장 사기 근절 캠페인을 진행할 정도다. 특정 대형 거래소 상장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한 뒤 잠적하는 행태다.

코인원에 따르면 △SNS, 메신저로 거래소 임원임을 사칭한 뒤 상장을 이유로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거래소 사칭 이메일 계정으로 상장 대가를 특정 암호화폐로 요구하는 사례 등이 사기 수법으로 포착됐다.

상장 절차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

암호화폐 프로젝트 관계자는 “프로젝트는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 위주인 게 일반적일 것이다. 상장 과정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기 마련”이라면서 “우리도 거래소 상장을 타진할 때 어떤 채널을 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상장 지식이 없기 때문에 상장 사기에 휘말릴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기 수법을 현재 상장 생태계 자체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를 악용한 일부의 부정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업권법 부재로 상장 가이드라인은 없다. 업권법을 마련해 상장 절차를 공개하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거래소 임원은 “상장 수수료를 투명하게 받아 거래소에 합리적 비용으로 사용하고 매출수익에도 기여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업권법을 통해 상장 절차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업계에서 벌어지는 부정사례, 사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