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세대를 위한 원자력의 새로운 도전, 초소형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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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다목적원자로기술개발부장

최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폰처럼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친환경 전기차의 폭발적 수요 증가일 것이다.

필자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전기차가 친환경 재화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당연히 환경친화적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발간한 '전기차의 발전원별 환경효과 분석 보고서'는 전기차는 운행 중 대기오염 유발 물질의 배출이 없어 청정 운송 수단으로 볼 수 있으나, 전기 생산부터 차량 구동까지의 전주기 과정을 고려한다면 전력공급 및 운용 방식에 따라 환경친화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생에너지원과 같은 청정 전력생산이 가능해야만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친환경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 없는 전력생산을 통해 도심 속에서 편리하게 전기차 충전 수요를 해결하는 무한 에너지 스테이션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에 충전한 전기를 방전해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다. 전기차 유지비를 보전하는 똑똑한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필요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저비용 전기의 공급 방안으로 초소형원자로를 제안한다.

초소형원자로는 전기출력 수 메가와트(㎿)급 소용량 원자로다. 기존 기가와트급(GW) 상용 원자력발전소와 차별화를 통해 원자력 기술 판도를 바꿀 혁신 개념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에너지 소비 패턴과 맞물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청정 전력생산을 위한 핵심기술로 그 무한한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 변동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원과 연계한 하이브리드 에너지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지역 수요 특성에 맞춰 에너지 공급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전력망 기술인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 대기오염 주범인 주변의 수많은 디젤 발전기 수요를 대체한다면 향후 분산전원으로서 초소형원자로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초소형원자로 시장의 활성화는 향후 원자력 기술 생태계 전반에 막강한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모든 기기 및 구성품은 공장에서 제작한 후 기차나 트럭 등으로 운송해 현장에서 단기간에 설치 가능하므로, 건설공기 단축을 통한 비용 감소로 전력생산 경제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안전성에 기반을 둔 원격·자율운전 개념을 도입한다면 현장 운전원 없이도 격리 또는 개별 수요지에서 독립된 분산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전통적 분산전원 개념인 디젤 발전이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을 점차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초소형원자로 시장 형성은 미래사회의 다양한 에너지 소비 패턴을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인프라 구축 및 이를 지원하기 위한 원자력 신기술 발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초소형원자로는 단순히 기존 상용 원자력발전소의 전기출력을 축소하는 개념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대형 경수로의 복잡한 계통구성이나 안전성 확보 기술과 차별화해 단순화 및 표준화 기반의 기술 혁신을 이루고, 이를 통해 모듈형 초소형원자로에 특화된 훨씬 더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기술 확보가 필요한 이유다.

'단순함이 궁극의 세련됨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오래전 명언이 원자력 산업 전반에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다목적원자로기술개발부장 jheoh@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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