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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의 코로나 진단 시스템>

'인공지능'(AI)은 오래 전부터 미래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자세한 원리는 알지 못하더라도 미래 인류 생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공존하던 대상이었다. 어떠한 존재든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6년 3월 AI가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알파고'가 맹활약하던 시점이다. 인간의 영역으로만 믿어 온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는 인간을 대상으로 전승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단 1패를 기록한 이세돌 기사와의 대국 역시 알고리즘에 추가돼 이제 이 방법으로는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AI 역량을 직접 확인하며 AI와 동시대에 살고 있음을 체감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복잡한 의료 영상을 보고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전문 의사의 역량이 AI로 일부 실현된 것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개발한 한 AI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80개국에서 300만장 이상의 흉부엑스레이 영상 분석을 보조하고, 진단 정확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 기업의 폐 질환 진단보조 기술은 국내외 10개국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신속한 선별에도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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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노의 골연령 판독기기>

또 다른 도약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서는 AI를 탑재한 초음파 영상장치 및 엑스레이 영상장치를 지난 2018년에 열린 의료영상학회에서 소개했다. 이 장치가 혁신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부분은 '현장성'이다.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을 즉각 보조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SW 의료기기는 기존에 촬영하고 저장한 영상을 SW로 실행해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판독 보조 기능이 실시간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AI를 탑재한 영상진단 기기는 촬영 즉시 이상 소견이 감지되면 의사에게 알람을 준다. 환자를 앞에 두고 신호를 즉각 주기 때문에 오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발전하는 의료기기 기술 덕분에 대형 병원들은 AI를 활용한 진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은 영상의학을 시작으로 환자 감시 장치나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 치과 보철치료 및 지방흡입과 같은 의료서비스 전반에 걸쳐 AI화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병원에서 AI가 탑재되거나 융합된 의료기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날 AI가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처럼 의료 분야에도 AI 의사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의료기기 분야는 앞으로도 인간과 AI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의 발전이 예상된다.

자동차 기업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힘쓰듯이 의료기기 기업은 자율진단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병원 입구부터 진료실까지 AI가 함께하는 세상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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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PD>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PD jihoo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