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평가 기준 원가→시가 전환 골자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주식 가치
법 통과 땐 6000억→35조원 '껑충'
총자산 3% 기준 23조원 넘게 팔아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보험업법 개정시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규모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주식 및 지분가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인 이른바 '삼성생명법'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이 법안은 보험회사 보유주식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해당 법안은 이전 국회에서도 다수 논의됐지만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다수를 차지한 만큼 삼성생명법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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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보험업법 통과 때 처분 주식만 23조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은 처분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보험사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가치를 판단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자기 자본의 60%로 규정돼 있다. 또 자기 자본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총자산 3%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큰 경우 총자산의 3%로 규정한다.

문제는 계열사 채권과 주식 합계액 산정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과거 IMF 사태 이후 모든 회계처리를 공정가액(시가)으로 평가하도록 했음에도, 유독 보험사만 계열사 채권 및 주식 취득한도 산정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유한 주식은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반영돼 3%가 넘는 주식은 처분해야 한다.

그럴 경우 삼성 금융계열사 보험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기준이 껑충 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원가 기준으로 각각 5000억원대, 1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각 회사 총자산의 0.1% 수준이다.

다만 시가로 평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지난 4일(종가 기준) 각각 29조9067억원(9.66%), 5조440억원(5.9%)이다. 법안이 개정되면 유예기간으로 상정한 5년(금융위 승인 시 2년 연장) 내 현재 가치 기준 약 23조원이 넘는 주식처분을 피할 수 없다.

◇21대에도 재점화한 삼성생명법…힘 실은 금융위원장

보험사 보유 주식을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꾸준히 제기됐다. 2014년 19대 국회에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지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고 20대 국회에서도 이종걸, 박용진 의원 등이 잇달아 관련 법안을 내놨으나 야당 반대로 막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는 통과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이전 국회 당시 야당 반발로 논의조차 어려웠지만 21대 국회는 177석 거대여당이 탄생한 데다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여당으로 배정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유력한 상황이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 보험업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힘을 싣고 있다.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보유 지분 가치를) 원가가 맞느냐, 시가가 맞느냐 하고 있는데 시가로 계산해 위험성을 파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총자산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삼성생명이 가질 수 있는 건 6조원 정도인데도 삼성전자 지분을 무려 8%, 시가로 30조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거대 여당이 해당 법안에 대한 추진 의사가 강하고 금융위까지 힘을 실으면서 올해는 삼성생명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안이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