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세먼지 해결, 기초연구가 필수·경제적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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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감소하자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줄어 대기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경제 활동을 줄여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꺼낼 수 있지만 세계 경제 피해를 감안하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활동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기오염물질 발생 저감 목표를 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검토해서 경제 효과를 보는 방법을 선정하는 게 타당하다.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줄이기 위해 무작정 발생을 줄이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지난 겨울 대기오염물질 발생량 감소에도 베이징 미세먼지 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 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 화학반응 복잡성이 이 같은 현상을 일으켰다. 차량 운행량이 줄어 질소산화물 발생이 감소하자 대기 산화력이 증가해서 미세먼지 발생이 증가한 것이다. 물론 질소산화물 발생이 감소하면 궁극으로 미세먼지 생성 반응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다른 대기오염물질을 동시에 어느 정도나 줄여야 효과가 있는지를 결정하려면 과학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 지역 대기의 주요 화학반응 경로를 이해해야만 최적의 대기오염물질 저감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중국 베이징과 같이 질소산화물 저감 일변도 방식을 택할 경우 수도권의 미세먼지 생성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심심치 않게 발표됐다. 그러나 아직 측정을 통해 확인하지는 못했고, 정책 결정 과정에도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미세먼지 생성 반응 경로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5~6년 전부터 중국 연구자에 의해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험실 규모의 스모그 챔버를 통해 같은 반응물질 농도에서도 미국에서 연구된 것보다 많은 미세먼지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북아 지역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높아 그동안은 관측할 수 없던 생성 반응 경로를 관측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세먼지 생성 과정 규명을 위한 기초연구는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수고, 목표 달성 효과를 볼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할 수 있어 경제성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 5년 동안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관련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미세먼지 생성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원인 규명 연구 투자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발간한 '미세먼지 현황 분석 및 개선보고서'에서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경로에 대한 이해는 (이차생성 기작) 연구 정도와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는 정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대기 관리는 석탄 같은 값싸고 오염물질이 많이 나오는 고체 연료에서 천연가스 같은 비싸지만 오염물질이 덜 나오는 기체 연료로의 전환과 배출 허용 기준 강화 중심이었다. 이산화황 같은 직접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나 오존같이 대기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대기 관리 방법과 달리 과학 이해에 바탕을 둔 대책 수립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있다. 미세먼지 생성 과정 규명을 위한 기초연구 역량이 있어야만 중국과의 대기환경 협상과 협력에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외교도 기초 과학 역량이 뒷받침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급하다고 기초연구를 건너뛰고 해결할 수는 없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yo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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