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 통합인증 '뱅크사인', 결국 금융결제원으로 이관

은행 16곳·은행연합회 개발 인증 플랫폼
가입자 31만명 그치며 시장서 도태 위기
이르면 이번주 시스템 전권 이관 합의
블록체인·분산ID 통합…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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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공동 블록체인 기반 인증 플랫폼 뱅크사인이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결제원으로 이관된다. 사진은 뱅크사인 출범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올해 준비 중인 금융결제원 종합인증 서비스 개요

금융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개점 휴업 기로에 서 있던 은행 통합 인증 플랫폼 '뱅크사인'이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결제원으로 사업 전권이 이관된다.

두 기관은 뱅크사인 이관과 관련해 그동안 협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은행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금결원으로 이관하는 것이 서비스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르면 이번 주 뱅크사인 통합 이전 관련 기관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시스템 전권을 넘기는 데 합의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16개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만든 공동 인증 플랫폼 뱅크사인이 금결원으로 통합·이관된다.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공인인증서 체제가 붕괴되면서 업권별 사설인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도 2018년 공동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을 만들어 이동통신사 패스, 카카오 인증 등과 경쟁에 나선 바 있다.

16개 대형 은행이 참여했음에도 서비스 개시 이후 지금까지 가입자는 31만1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인증서 폐기율은 10%를 넘는다. 패스 2800만명, 카카오페이 1000만명과 비교해 이용자가 현저히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참여 은행도 뱅크사인에 대한 마케팅이나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사설인증 시대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뱅크사인 운영 주체를 전문성 있는 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돼 왔다.

결국 은행연합회와 금결원은 오랜 물밑 협상 끝에 뱅크사인 기능을 금결원으로 통합·이관하는 데 합의했다.

금결원으로 뱅크사인이 이관되면 은행 외 타 금융사로의 확대가 용이하고, 이미 금결원이 보유한 인증서비스 개발 역량을 접목할 수 있다.

금결원은 뱅크사인 인프라와 블록체인(분산ID) 인프라 융·복합을 통해 시장에 특화된 은행 공동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 외에 금융투자(23곳), 보험사(26곳) 등 다수의 금융사가 금융결제원 인증 업무에 참여하고 있어 전 금융권 뱅크사인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뱅크사인을 활용해 분산된 은행 인증 인프라 통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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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준비 중인 금융결제원 종합인증 서비스 개요(자료-전자신문 재구성)

현재 금결원은 바이오, 블록체인, 각종 인증 기술을 통합한 종합인증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별도의 통합인증센터도 구축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다른 인증 서비스 인프라를 보유한 금결원이 뱅크사인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금융권 외 공공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핀테크 업체 대상으로도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은행도 이번 사업 이관에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설인증 시장에 그동안 따로국밥 형태로 각자 경쟁을 펼친 금융사들의 응집 효과, 이중투자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뱅크사인 블록체인 인프라와 금결원 분산ID 인프라를 통합하고 애플리케이션(앱)도 공동 앱 형태로 운영할 경우 인프라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동망, 지급결제, 정보중계 업무 등 금융권의 다양한 공동 업무에 뱅크사인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한 업무 발굴도 용이해진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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