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현재, 인공지능(AI)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커다란 난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써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AI 혁신전략을 수립,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기술 역량이 이미 세계 1위이므로, 정부 역할은 원천기술 분야 연구에 국한돼 있다. 유럽연합(EU)은 국가 간 공동프로그램을 통한 미래투자와 사회안정을 지향하고 있고, 일본은 오랫동안 사회문제였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 갖고 있다. 중국도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강력한 정책추진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사회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를 통해 경제, 사회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정부의 AI 국가전략에서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라는 비전으로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위한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국가전략은 AI 관련 모든 분야, 즉 기술개발, 인프라, 규제개선, 인재 양성, 일자리 문제, 법과 윤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모든 산·학·연은 국가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기관별 실행전략을 도출하고 협력해나감으로써 우리나라를 AI 강국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TRI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도출해내고 이를 위한 실행전략을 수립했다. ETRI는 지난해 4월, 대대적인 탈바꿈을 시행했다. 우선 ETRI의 방향성을 기존 '국가 정보화'로부터 '국가 지능화'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역할과 책임(R&R)을 정의했으며 세 가지의 'ETRI AI 실행전략'을 만들었다.
첫 번째 실행전략 목표는 '한계 극복을 위한 AI 서비스 기술혁신'이다. 이는 단순히 AI 핵심기술의 혁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AI 서비스 기술혁신이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처럼 AI 통합 솔루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AI 기술이 AI 서비스를 통해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AI 핵심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네트워크 등 다양한 ICT가 갖춰져야만 한다.
알파고라는 AI 소프트웨어(SW)를 실행하기 위해 1202개 CPU 및 176개의 GPU로 이뤄진 컴퓨팅시스템, 100기가비피에스(Gbps)급 초고속망이 필요했다.
두 번째 실행전략은 '국민·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AI혁신 생태계 기반 마련'이다. 이를 위해 ETRI는 AI 핵심 소프트웨어(SW)와 데이터를 공개하는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AI 원팀'을 구성하는 등 국내 AI 생태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세 번째 실행전략은 '산업요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믿을만한 AI의 활용 확산'이다. AI 기술은 제조, 도시,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 당면 현안 해결과 새로운 산업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ETRI 기술로드맵 2035'를 만들어 2035년에 도래할 신개념 서비스 형상을 도출했다.
2035년의 미래를 상상하여 대비하는 것은 도전적인 일임과 동시에 미래를 이끌어나가고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2035년에는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미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통해 우리의 역량을 확인했으며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우리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앞장서고 산·학·연이 힘을 합해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향해 성큼 한발을 내디뎌야 할 때다.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장 ykl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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