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자한 자원 공기업들이 해외 유전 매입을 통한 자원안보 강화를 모색한다. 메이저 석유사가 잇따라 업스트림(원유 생산) 자산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매입 검토에 나섰다. 이들 자산의 가치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국제유가 하락 등이 겹쳐 큰 폭으로 내렸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우량 유전을 구할 기회로 분석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해외 메이저 석유사들의 우량 자산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합당한 가격인 경우 여러 측면에서 추가 검토를 거쳐 자원 공기업들이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이 매물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 등이 해외 유전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대에 이른다. 석유 자급률은 1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발판도 이미 마련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2020~2029년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이전 정부와 달리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양적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형식적 수치에 매달려 부실을 키우기보다 적정·우량 자산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해외 유전 매입 시기도 적기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석유 수요 급감에 셰일가스 등 대체에너지 확대가 맞물려 이른바 '급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모빌은 2021년과 2025년까지 각각 150억달러(약 18조2730억원), 250억달러(30조455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멕시코만, 영국 북해,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적도기니 등 세계 각지의 업스트림을 망라한다.
세브론도 마찬가지다. 육상, 천해 등지에 위치한 나이지리아 8개 유전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두 회사와 함께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토탈도 50억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해상 OML 118 유전 지분 가운데 12.5% 매각에 착수했다.
관련 업계는 이들 자산 가치가 크게 내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약세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평균 두바이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및 영국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배럴당 40.64달러, 36.60달러, 42.16달러로 지난해 평균 대비 30% 안팎으로 급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