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포용'으로 향한 대통령 시선…'혁신성장' 동력 상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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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메시지가 바뀌었다. 한국판 뉴딜의 기초도 다시 세웠다. '평등경제'라는 새로운 키워드까지 제시했다. 모두 '포용 국가'를 완성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동안 코로나19발 방역·경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혁신성장' '디지털경제로 전환' '산업계 지원정책' 등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코로나 이후 소득격차 해소, 고용안전망 확충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도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포용·상생에 무게 싣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 메시지의 변화는 지난 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 주재 이후 본격화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디지털경제 시대 일자리 대변화를 대비하려면 포용국가 기반을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긴급 일자리 제공 등 고용·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디지털경제로 전환에 따라 예상되는 일자리 위기, 소득격차 심화 등 양극화를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국가프로젝트도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국가가 토대”라며 “근본적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청 인사들에게도 “모든 위기 국면마다 극복 과정에서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져왔다. 외환위기 당시 양극화가 심화됐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격차가 벌어져선 안 된다. 이제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좁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포용국가 기틀을 확고히 세우겠다고 밝혔다. 상생협력이야 말로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며 공공기관부터 이를 선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상생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위기 극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못박았다.

'평등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도 제시했다. 국무회의 다음날인 10일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평등경제는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포용성장과 공정경제의 연장선에 있는 말”이라며 “공정경제와 포용성장을 달성하고 나면 보다 평등한 경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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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성과는 혁신성장에서 나와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며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한 것은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은 현 정부 3대 경제정책 중 하나지만 정권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보다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혁신성장' 카드를 앞세운 것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 흔들리지 않는 산업 강국이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1~5차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디지털경제와 혁신금융 등 혁신성장 추진 정책과 기업 지원을 위한 지원 정책을 결정했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 드라이브에 나서며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었다.

정책 성과도 이어졌다. 최근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호평한 정책 성과는 △진단키트 수출 △카타르·러시아 LNG선 수주 △네이처 인덱스 한국판 특집호 보도 등이다.

이들은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와 산업경제 활력 회복,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혁신시스템 구축, 민관협업에 따른 보건의료기술 지원 등의 성과였다. 국가기간산업, 혁신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빛을 발하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방역·경제 성과로 이어졌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활력 찾는데 집중해야

문 대통령이 포용·상생 가치에 비중을 두면서 뒤늦게 궤도에 올랐던 혁신성장 정책이 다시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 산업계는 문 대통령의 기조 변화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혁신성장과 산업 지원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경계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포용 위주의 정책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부여당이 21대 개원과 함께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입법예고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노동조합 관련법 등의 경제입법으로 규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제계는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대기업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여당을 만나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부작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만큼 이에 상응해 기업이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정책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와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주도벤처캐피털(CVC) 규제완화 등 혁신산업 경쟁력 강화 조치를 함께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다보니 평등경제와 같은 '분배' 키워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포용성장에 동참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당근도 필요하다. 혁신성장 규제완화 지원정책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고, 해외로 떠난 우리 기업의 발길을 돌리도록 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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