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이저 석유사들이 국제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잇따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장기적 석유 수요 둔화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늘어난 재무 부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7일 관련 업계와 한국석유공사,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모빌과 세브론은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엑슨모빌은 2021년과 2025년까지 각각 150억달러(18조2730억원), 250억달러(30조4550억원) 규모 자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멕시코만과 영국 북해,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적도기니 등 세계 각지 업스트림(원유 생산) 자산을 망라한다.
세브론도 마찬가지다. 육상, 천해 등에 위치한 나이지리아 8개 광구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인도네시아 심해 가스개발 프로젝트 지분도 처분할 예정이다.
두 회사와 함께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토탈(Total)도 50억달러 규모 나이지리아 해상 OML 118 광구 지분 12.5% 매각에 나섰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사인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유가스 자산 매장량은 125억BOE(석유환산배럴)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들 '슈퍼 메이저' 석유사들의 행보는 최근 국제유가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29달러를 기록했다. 4월 20일 5월 인도분이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회복세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 플러스(OPEC+)가 일일 970만배럴에 이르는 감산 규모를 1~3개월 연장할 것으로 기대, 이번 달에만 97% 넘게 뛰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화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35달러여도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면서 “메이저 석유사들이 저유가에 살아남기 위해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평균 두바이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각각 배럴당 34.13달러, 30.10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최근 세브론은 올해 안에 세계 직원 4만5000여명 가운데 15%에 이르는 67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배경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꼽았다.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수요 둔화와 업황 악화가 맞물려 메이저 석유사들의 자산 처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