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팬데믹시대, 도시의 새로운 IT 병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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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중세부터 지금까지 전염병과 싸우면서 성장해 왔다. 가까운 과거의 스페인 독감은 물론 근대에 상하수도가 정비되기 전 유럽의 영국 런던 및 프랑스 파리와 조선 한양을 괴롭히던 콜레라, 중세 유럽과 전 세계에 창궐한 페스트가 대표 사례다.

디지털화된 현대 스마트 도시는 과거 도시의 방역과 생물학·의학·과학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도시공학 발전으로 확진자와 접촉자 동선을 세세하게 파악해 사람 간 전염을 차단한다. 도시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스마트도시운동'이라 한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도시 역학조사 방법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역학조사를 하려면 디지털 도시 인프라와 관제 플랫폼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스마트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고 활용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국 방식의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한국 도시는 전염병 또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시민들의 활동 동선 파악이 도시 방역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한 한국 도시들이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을 소개한다.

먼저 행정안전부가 개발 보급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이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가격리자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서 전담 공무원에게 자동 통보하고, 격리 장소 이탈 시 알림을 송출한다. 자가격리자의 모니터링 대응 업무를 효과 높게 지원하고, 자가격리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억제해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 디지털 격차에 대한 보완책으로 고령자를 위한 2세대(2G)폰 전화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둘째 능동감시 대상자에 대한 'AI 클로바 케어콜'이다. 이들은 경미한 증상으로 분류돼 14일 동안 보건소에서 매일 건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성남시는 네이버와 협력해 운영하는 챗봇으로 능동관리 대상자에게 전화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과 집 안에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응답자의 답변은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을 통해 전산화돼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다. 답변에 따라 다음 질문이 달라지고, 더 세밀한 확인이 필요할 때는 담당자에게 알려 추가 조사를 하도록 한다. 저장된 데이터는 곧바로 분석돼 통계 처리되기 때문에 자가격리자와 능동감시자 관리가 쉬워진다. 성남시는 3월 9일 이후 총 9000여건의 전화 상담을 AI 케어콜 서비스로 처리했다.

셋째 코로나 자가격리 대상자 기록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산등록관리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각 보건소에서 취합한 자가격리자 정보를 엑셀을 통해 시·도와 중앙부처로 이송하고, 이를 통합해 전국 통계를 추출했다. 이 과정에서 누락과 중복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성남시는 행정 내부망인 새올시스템에 자가격리 대상자 전산등록관리시스템을 구축, 모니터링 총괄 책임자가 결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코로나19 감염 관련 소셜 분석을 통한 '인포데믹 사전 차단'이다. 성남시 소재 은혜의강 교회는 코로나19를 예방한다며 소금물을 성도 개개인의 구강에 주입해 성도 135명 가운데 7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 전형 사례다. 성남시는 언론·트위터·블로그·카페·커뮤니티·포털·페이스북·유튜브 등에서 공개된 코로나19 관련 검색어를 분석해 새로운 이슈를 파악하고, 클라우드 캐릭터로 시민 관심사를 정밀 분석한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실용 정보를 제공, 인포데믹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인프라는 전염병 확산을 막고 종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시티 기본 철학은 'ICT를 통한 도시문제의 효율 해결'이다. 지구촌 모든 국가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전염병을 어떻게 효과 높게 관리하고 통제하는가 하는 모습은 그 도시의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 주고 스마트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한규 성남시 부시장 hklee1@g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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