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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18세기 초 천연두 예방을 위한 인두 접종을 시작으로 '공중보건의 시대'를 맞았다. 20세기 초 페니실린 개발로 '질병 치료의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초에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으로 '개인 맞춤 건강수명의 시대'를 개척했다. 이 결과 지난 100여년 사이 인간의 기대수명은 2배 가까이 늘며 120세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 인플루엔자 등 신종 감염병에 직면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 대유행하던 2009년에만 214개국에서 1만8500명이 사망했다. 새 항생제 개발과 백신 예방 접종으로 신종 감염병을 과소평가하던 대중의 판단은 빗나갔다.

5월 말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전 세계에 598만여명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36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는 논란이 있지만 선진국이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선진국은 의료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반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현재 확진자와 사망자가 5월 30일 0시 기준 각각 1만1468명, 270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약 40위 수준이다.

그 결과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의 방역 성공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외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비법은 높은 국민 의식, 의료 시스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코로나19 검사용 유전자증폭 분자진단키트'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올해 1월 초부터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를 개발했다. 2월 7일부터는 국내 민간 의료기관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가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66만명 이상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돼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출허가 제도를 이용, 이 진단키트를 해외로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이 주도해 온 헬스케어 산업을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현장에서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는 수출이 미미했고, 선진국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국내 분자진단 기업들은 국내 판매에만 열을 올려서 과열 경쟁으로 말미암아 수익 구조가 악화하는 늪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외국 정부와 기관, 유통업체가 끊임없이 접촉해 오고 있다. 키트 수출 단위는 몇 천개가 아니라 몇 십만개로 늘었다. 제작과 공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바이오코아만 해도 유럽 CE 인증을 포함한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 긴급 사용 승인과 수출 허가를 획득, 국내외 판매를 늘렸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를 총 106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의료기기 내 수출 비중으로 따지면 1위가 유력하다. 지난해 발행된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수치가 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 성장이다.

이제는 품질 관리에 힘쓸 때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만큼 운반 시 포장과 온도 유지 등 운송 조건까지 완벽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지속과 해외 의료기관 교류 등을 확대, 고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 종사자로서 우리 바이오 제품들이 세계 헬스케어 시장 내 새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황승용 바이오코아 대표 겸 한양대 분자공학과 교수 syhwang@bio-co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