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건설을 앞당기는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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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 간 출입 제한 등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생산 및 유통 거래가 급감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사회적 접촉 활동의 제한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관광, 호텔, 요식, 항공업계는 매출액이 줄다 못해 절벽 수준이다. 경제 위기 및 일자리 감소 경고, 수출 급감, 소비 위축 등 걱정스러운 뉴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 온라인 주문 등 이른바 비대면 생활 방식이 일상화되고, 이런 패턴은 사태가 종결돼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산업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설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마침 정부도 한국형 뉴딜사업의 전략적 방향을 발표하면서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SOC의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 디지털화·자동화를 지향하는 스마트건설을 조기에 건설산업에 전면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올해부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스마트건설 연구개발에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다. 선도 스마트기술이나 혁신제품 개발을 가시화하고 정부나 공기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혁신조달프로세스를 가동하면 스마트건설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스마트건설은 일차적으로 건설산업 생산성 향상과 현장 안전 도모를 주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현장 작업자들의 원격근무나 무인 자동화 건설이 가능해지면 건설 현장에서도 성과를 앞당길 수 있다. 공장에서 모듈을 미리 생산해서 현장에선 조립만 하는 모듈러 건축이 대표적인 사례다. 드론 등을 이용해 건설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건설 안전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덧붙여 건설현장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무인 자동화 시공 비중을 높인다면 해외건설 현장도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건설에 필요한 전문인력도 집중 양성해야 한다. 대학 건설관련 학과 교과과정을 혁신해 미래 대비 인재 양성 틀을 갖추고 기존 건설업 종사자나 퇴직자도 새롭게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는 것이다. 스마트건설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표준 등은 산학연이 함께 개발해 건설사업에 적용해 나가되, 미국 모듈러 공동주택 혁신기업인 카테라(Kattera)와 같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스마트건설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생태계 구축도 보다 폭넓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과 국민건강 관련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신규 공공인프라 투자 수요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공공 안전과 보건을 위해 기존 공공시설이나 숙박시설 용도를 긴급 병동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현재 기술로도 실현 가능하다. 99% 이상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건축자재와 항바이러스용 청정 필터를 사용해 3일 내 모듈러 공법으로 긴급 음압 병동과 요양 시설을 짓는 사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국의 노후 교량이나 위험한 지하시설물에 광섬유 기반의 신경망 센서를 매립하면 적은 비용으로 사회기반시설 이상 여부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한편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고령화로 쇠퇴하는 지방 도시와 농·어촌의 공동화를 극복할 수 있는 스마트빌리지 정비사업도 전면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대도시 보다는 중소도시 및 농어촌에서 생활수준의 공간적 불평등이 심화되는데, 이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재택근무와 배달시장 성장 등 온라인·스마트워크 가속화 추세로 보다 쾌적한 지역 공간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빌리지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거점 마을을 컴팩트하게 조성해 이동 편의와 안전을 강화하는 스마트시티의 확장버전이다. 스마트 교통, 스마트 물류, 스마트 헬스, 스마트 교육, 스마트 팜 등 다양한 스마트시티 기술이 농·어촌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되면, 새로운 시장개척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단기 뉴딜 대책으로 올해 배정된 재정사업을 조기에 집행하고, 내년부터 계획된 지역균형 발전과 국민생활형 국가 빅프로젝트 투자시기를 앞당겨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기반을 살리기 위해서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역 당국의 노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높이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건설산업도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채비를 해야 할 때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shh6018@k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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