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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선 성공한 창업은 성공한 의사결정의 결과물일 뿐이다. 기업 경영 활동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CEO가 적합한 결정만 내린다면 당연히 창업은 실패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결정 수립 프로세스인 회의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특히 업무가 아직 표준화되지 못한 창업 초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회의가 빈번할 수밖에 없기에 회의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느냐가 더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회의 경험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자신의 의견을 먼저 개진하는 점이다. 특정 안건에 대해 자신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먼저 말하고 회사 구성원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례로, “이번에 출시할 신제품의 경우 저가 전략보다 프리미엄 전략이 적합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든가, “신입 직원을 추가로 뽑는 것은 시기 상조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등의 자신의 의견과 함께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회의 진행 방식은 객관적인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 회사구성원 입장에서 살펴보면, CEO가 자신의 생각을 먼저 언급한 상황에서 이에 반대되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한다 하더라도 그 방식이 CEO의 의견이 나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일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형태로 부정적인 효과를 축소해 발언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CEO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게 된다.

물론 CEO의 의견과 무관하게 자신의 견해를 편히 제시하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CEO가 먼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확인시켜 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안드레아스 모이치쉬와 스테판 슐츠-하르트가 진행한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학자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회의 전 개인적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을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모이치쉬와 슐츠-하르트는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채용위원회 역할을 부여하고 각자에게 후보자들과 관련하여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하여, 한 쪽 그룹에서는 각자 후보자 중 누구를 채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자신이 누구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는지 혼자만 알도록 했다.

이후 실험에 참여한 두 그룹 모두에게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모두 공유한 뒤 자신의 결정에 대해 다시 판단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던 첫 번째 집단 참가자들은 자신이 결정한 초기 결정을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한 결정이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이에 반해 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못했던 집단은 추가로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크게 수정하였다. 이상에서 설명한 실험 결과는 우리가 회의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 당초 제시한 의견이 무시되거나 기각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하는 기질 때문이다. 이는 CEO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CEO는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자신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직원에 거부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점차 조직 전체에 커다란 위해가 되기도 한다.

정말 확실한 결정이 아니라면 굳이 직원들 앞에서 섣부른 의견을 먼저 개진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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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