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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물류망이 크게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많은 산업이 새로운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농업'이다. 농업은 우리가 스타트업을 논할 때, 거의 언급되지 않는 산업 분야다. 흔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 내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창업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농업이 주력 산업인 국가에서는 농업 관련 스타트업 창업이 빈번히 전개되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농업 관련 창업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구조적인 이유가 적지 않다. 그것은 농업이 여타 분야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철저히 분업화되고 규모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24년 무렵 미국은 돼지고기 부문에서 세계 수출 점유율의 32%를 차지하고, 브라질은 설탕·닭고기·쇠고기 부문에서 각각 50%, 31%, 20% 수준을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낙농품은 뉴질랜드가 버터 48%와 전지분유 56%를 차지하고 호주는 양고기, 태국은 뿌리작물 분야에서 전 세계 수출의 40% 이상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대다수 국가에서 농업 생산자는 다수의 소농과 소수 대농이 공존해왔다. 세계 농가의 약 85%가 2헥타르 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이며, 약 95% 수준이 5헥타르 미만인 중소농에 속한다. 토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계 농지의 절반 이상은 100헥타르 이상을 소유한 대규모 기업농이 경작하고 있고 2헥타르 미만 소농이 소유한 토지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선진국과 남미 지역은 대규모 기업농이 농업을 주도하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소농이 주를 이루고 있다.

OECD는 대농과 소농간 격차가 점차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농가 평균 경지 규모가 점차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만 해도 농가당 평균 경지 규모는 11헥타르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그 절반 이하인 5헥타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소농 중심의 신흥국에서 계속 평균 경지 규모가 줄어드는 원인은 농촌 인력이 타 분야로 진출하는 데 있다. 농업 이외 분야에 다양한 기회가 생기면서 많은 농촌 인력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기존 소농은 자연스럽게 경지 규모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기업농 중심인 선진국은 농가당 평균 경지 규모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상에서 열거한 세계적 변화가 코로나19로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언급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자국의 농산물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상태이며, 인적 교류마저 차단됨에 따라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다시 한 번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기업들의 육성 내지 창업의 중요성 또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곡물 자급률이 24% 수준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3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필요 곡물이 1년 기준 대략 2000만톤이지만 이 중 쌀 400만톤을 포함한 500만톤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1500만톤은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한국에 주요 식자재를 공급해온 중국이 2004년부터 식량수입국으로 바뀌면서 식량 자급을 국가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앞으로 먹거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걱정이다. 많은 창업자가 고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업무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농업이야말로 굳이 사회적 필요성이나 창업의 의미를 어렵게 찾지 않아도 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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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