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초현실주의를 체험하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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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열리는 인사 센트럴 뮤지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는 발전한다. 해를 거듭하며 변화무쌍한 대중들의 취향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들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전시는 때마다 일보 전진을 해야만 한다.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전시회사가 한 곳 있다. 바로 프랑스 국립박물관 연합(RMN)의 우리나라 유일 파트너사인 '지엔씨미디어'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과 '픽사 애니메이션 특별전' 그리고 가장 최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까지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특별전을 전시해 왔으며 반 고흐, 장 프랑수아 밀레, 키스 해링, 팀 버튼, 스탠리 큐브릭 등 거장이라 불리는 예술가들을 주제로 하는 전시들을 거쳐왔다.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이유 궁전, 오르세 미술관 등의 공간 속 작품들을 주제로 하는 전시도 진행했던 지엔씨미디어가 '인사 센트럴 뮤지엄'의 첫 전시인 '미니언즈 특별전'에 이어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미니언즈 특별전의 전시 공간이 어떻게 변모하였을지에 대한 기대도 잠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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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첫 번째 섹션 / 사진 : 정지원 기자

어둡기만 한 전시공간에 식상할 법한 르네 마그리트의 연대기와 타 전시와 별다를 것 없이 느껴지는 영상물 들에 '이게 지엔씨미디어의 전시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곧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스로도 화가보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르네 마그리트를 설명하기 위한 전시의 도입부였고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라는 타이틀을 지닌 두 번째의 공간부터가 시작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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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두 번째 섹션 / 사진 : 정지원 기자

미니언즈 특별전에서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두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아예 하나의 섹션에서 공동 주최사 '크로스디자인 연구소'에서 개발한 특수 효과와 AR 증강현실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에 등장하는 대형 파이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직접 작품의 주인공이 되거나 '인생 샷'이 아닌 '인생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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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초대형 파이프 오브제 / 사진 : 정지원 기자

'마그리트와 시네마'라는 섹션에서는 다시금 공간이 어두워진다. 공간의 조명을 통해 영상과 사진 작업에도 애정을 가졌던 르네 마그리트의 아이덴티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섹션이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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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세 번째 섹션 / 사진 : 정지원 기자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전시 타이틀과 동일한 이름이 붙여진 '인사이드 마그리트' 섹션이다. 메인 영상 룸(Immersive Room)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초현실주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 안에서 들려오는 BGM에 '나'라는 존재를 던져 두기만 해도 르네 마그리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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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네 번째 섹션 / 사진 : 정지원 기자

솔직히는 네 번째의 섹션인 이곳을 전시의 도입부에 두었으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훨씬 더 임팩트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해당 공간을 보여준 이후에 작가를 소개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심플하지마는 않았을 것이라 쉽사리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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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네 번째 섹션 / 사진 : 정지원 기자

네 번째의 섹션에서 온몸으로 초현실주의를 만끽했다면 마지막 섹션인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라는 타이틀을 지닌 공간에서 마치 수사 보드처럼 꼼꼼하게 체크된 전시 벽면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 이동하는 통로에서 느껴지는 강렬함도 빠뜨릴 수 없는 전시의 묘미라 생각된다. 그 통로의 벽면에 레터링 된 르네 마그리트의 글귀를 읽으며 현실과 초현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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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통로 / 사진 : 정지원 기자

르네 마그리트 외의 초현실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예술적 특성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는 벽면들을 따라 이동하면 마그리트의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인 대형 사이즈의 초록색 사과와도 만나게 된다.

어른의 키만큼이나 큰 초록사과 오브제와 함께 셀카를 찍는다면 전례 없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전시의 말미에 마련되어 있는 '체험존'은 입장시 받게 되는 체험 키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 관람 후 함께 관람한 동행자들과 간단하게 전시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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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체험존 / 사진 : 정지원 기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하늘과 구름, 밤과 달 등으로 꾸며져 있어 마지막까지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공간 속에 있게 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오늘부터 9월 13일까지 휴무일 없이 오픈되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아쉽게도 코로나19에 대한 염려에 따라 도슨트는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사전 지식 없이도 초현실주의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가능한 전시라는 것이 위안으로 다가왔다.

2차 세계대전의 암울했던 시기를 살았던 르네 마그리트는 밝고 가볍고 틀에 박히지 않은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였고 지금까지도 현대 미술과 여러 대중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대한 화가임에 분명하다.

전시장이 정말 넓고 광활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관람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모르는 답답한 요즘 상황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초현실주의 공간에 나를 두어 보는 경험 역시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우울한 작금의 시대에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한 번쯤 찾아볼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