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9명과 시작…CRM 솔루션 국산화
국내 최다 구축 경험 앞세워 올 매출 220억 목표
신세계 AI 앱 'S마인드'에 플랫폼 공급
클라우드 접목…세계 시장 진출 도전장
국내 1위 마케팅·분석 솔루션 기업 오브젠이 28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인공지능(AI) 1세대로 꼽히는 회사는 'AI·빅데이터 기반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금융·유통·통신·공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하고 있다.
오브젠은 국내 최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구축 경험을 앞세워 AI 빅데이터 분석 툴로 타깃 마케팅을 수행하는 등 고객맞춤 실시간 마케팅 환경을 구현했다.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 30% 증가, 지난해 매출 17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는 지난해 IBM, 딜로이트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 재직 경험을 지닌 CRM·마케팅·분석 컨설턴트 이형인 최고경영자(CEO)를 전략적으로 영입, 세계적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데이터 3법 시행에 앞서 AI 전문가를 추가 영입해 현재 임직원을 162명으로 보강했다. 연내 인력을 170명까지 충원하고 올해 연매출 220억원을 돌파할 계획이다.
오브젠 기술연구소를 방문, 창업자 전배문 대표와 핵심 기술 인력을 만나 지난 20년간 수행해온 주요 고객사례를 돌아보고 향후 비전을 들었다.
◇외산 일색이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국산화 성공
전배문 대표는 한국IBM 소프트웨어연구소에 재직하던 2000년 4월 28일 IBM 연구원 9명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석사를 취득한 후 석사장교로 군 복무했다. AI를 전공한 그는 전역 후 한국IBM 입사 이래 엔지니어 외길을 걸었다. 오브젠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외산 고객관계관리(CRM)·마케팅 솔루션보다 뛰어난 독자 엔진 개발을 주도했다.
오브젠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과감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자체 개발한 다차원분석처리(OLAP)·워크플로(Workflow) 엔진을 기반으로 CRM 패키지를 개발했다. 전 대표는 “국내 모든 대기업 마케팅부서가 매년 막대한 라이선스비용을 지불하며 외산 통계분석 툴을 운영하는데 방대한 기능 중 '데이터처리' 정도만 쓰고 있었다”면서 “국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만 담아 고객맞춤형 마케팅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신세계 AI 앱 'S마인드' 개발 지원, 개인화추천모형 1차 구축
오브젠은 신세계백화점이 2017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 애플리케이션 'S마인드'에 AI 마케팅 플랫폼을 공급했다. AI 애플리케이션 S마인드는 고객별 쇼핑패턴을 분석해 고객별 선호 브랜드와 쇼핑정보를 제공한다. 골프클럽 구매자에게 골프화, 보이스캐디 등 관련 스포츠용품 행사 정보를 전달하는 등 소비자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제시해 구매율을 끌어올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객마다 원하는 쇼핑 상품에 차이가 있어 표준화된 하나의 마케팅기법으로는 다양한 수요 충족시킬 수 없다”면서 “수년간 개인성향에 초점을 둔 마케팅에 투자해 기존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AI가 선호상품을 추천해 고객 마음을 읽는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오브젠은 IT와 AI 모델링 역량을 겸비한 모델링팀을 투입해 개인추천 알고리즘을 매핑하고 솔루션 구조를 정의했다. 신세계 IT 및 현업부서 의견을 함께 반영해 모델링했다. 고객별, 상품별 선호도를 계산해 매일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DB)에 쌓이는 고급정보를 분석해 '개인별 선호도'를 도출했다.
윤은영 오브젠 상무는 “S마인드는 신세계 고객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모든 고객에 대한 백화점 상품 선호도를 산출한다”면서 “과거에는 전단지를 배포하듯 모든 고객에게 캠페인(이벤트) 정보를 일괄 배포했다면 S마인드가 고객별 선호상품을 추론해 관련 캠페인을 우선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세계 2차 사업 참여… 장르추천 등 성능 개선, 입점기업 매출 상승
오브젠은 신세계백화점이 S마인드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작년 12월 출시한 2차 개인화추천모형 '핏(FIT)' 개발에도 참여했다. 고객 숫자가 작아 수집할 데이터가 부족한 입점기업도 마케팅 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 개선을 이뤘다. FIT의 장르별 예측모형을 활용해 모델링 완성도를 높여 자사 상품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의 선호도를 도출해 타기팅 캠페인을 하는 방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성별·연령부터 신규고객 규모, 시간대별 고객 분포 등 고급 데이터를 입점 기업과 공유한다”면서 “FIT이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해 입점 기업이 기획한 프로모션 취지에 맞는 고객집단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행사 후에는 백화점 본사와 함께 입점 기업 각자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FIT에 탑재한 AI 알고리즘이 지난 3년간 S마인드 운영과정서 축적한 고객데이터를 수집·분석해 FIT 앱을 팔로우하는 고객에게 장르를 자동 추천한다. 특정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고 한 고객이 있다면 유사 장르와 관련 브랜드까지 추천한다. 생산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입점기업, 백화점, 고객 3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FIT을 활용하면 전문 마케터가 없는 입점 기업도 자체적으로 통계를 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이 자사 제품을 좋아할 만한 고객을 자동 추출해 영업점에서 고객을 직접 타기팅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고객군을 VIP, 한 번 이상 방문자, 방문확률이 높은 집단 등으로 구분해 고객 수만명에게 캠페인 공고를 보낸다. 구매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입점 기업 매출도 증가한다.
윤 상무는 “FIT는 백화점 방문자의 쇼핑, 문화센터 방문, 유모차 대여, 주차 등 오프라인 쇼핑 과정에서 쌓인 행동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개인별 선호도를 도출한다”면서 “입점 기업 각자 추진하는 캠페인에 대한 고객별 구매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통전반에 AI 기반 '개인화추천모형' 확대 공급
오브젠은 AI 기반 '개인화추천모형'을 백화점, 홈쇼핑 등 유통산업으로 전반에 걸쳐 공급하고 있다. 최근 홈쇼핑 기업을 상대로 고객행동 로그정보를 감지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오퍼를 실시간 제공하는 '캠페인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전배문 대표는 “타기팅, 기획, 설계, 실행, 반응, 성과분석으로 이어지는 자동화된 캠페인 프로세스 환경과 실시간 캠페인 시스템을 구현했다”면서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벌어지는 실시간 이벤트를 감지하고 실행을 자동화해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채널별 로그를 기반으로 고객행동·패턴 룰을 정의하고 구매 이력, 행동로그 기반 분석정보를 통합했다”면서 “고객을 세분화해 브랜드·상품 추천을 자동화하고 머신러닝·딥러닝 기반 자가학습 모델을 구축해 오퍼기능을 최적화했다”고 덧붙였다.
◇창립 20주년, 고객맞춤 컨설팅으로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 도약
오브젠은 28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AI 모델링 적용범위를 금융·유통·통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하고 고객맞춤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해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된 AI 기반 고급 모델링기법을 분석하고 현시점에 국내 도입할 수 있을 만한 것인지 판단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겠다”면서 “문자, 팝업, SNS,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마케팅 채널 활용 방안도 고민 중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AI 알고리즘을 더 고도화해 주기적으로 예측모형을 작동시키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방대한 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면서 “산업별, 기업별 개인화추천모형을 만들어 예측과정을 모니터링을 하고 고객수요에 따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객맞춤 컨설팅을 통해 통합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클라우드 환경을 AI·빅데이터 캠페인 플랫폼에 적용해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적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부연했다.
<오브젠 연혁>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