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위성정당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민생당은 존립 위기에 처했고, 정의당은 기존 의석을 지키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민의당도 목표치를 한참 밑도는 성적표를 받는데 그쳤다. 21대 총선에서도 양당 대결 구도를 견제할 '제3지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군소정당이 4·15 총선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이다. 원내교섭단체(20석)였던 민생당은 하루아침에 '0석'의 원외정당으로 추락했다. 20대 총선과 비교하면 절망적인 수치다. 20대에선 국민의당이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확보했고,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의 제3지대가 만들어졌다.
이들 모두 준연동형비례제 도입에 맞춰 원내 교섭단체를 목표했지만 거대 양당의 독식에 실패했다.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각각 19석과 17석을 확보하면서 군소정당을 위한 비례의석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선거 내내 민주당, 통합당 대결구도가 팽팽하게 이어진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국난 극복'과 '정권 심판론'이 맞붙으면서 중도층 표가 분산되지 않고 특정 정당에 쏠렸다는 분석이다.
군소정당의 세력이 위축되면서 21대 국회는 다시 양당 구도로 짜여질 전망이다. 군소정당이 모두 연합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20인을 채울 수 없다. 여기에 무소속 의원의 민주당·통합당 복당이 더해지면 그 세력은 더 작아진다.
민주당과 통합당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범진보' '범보수' 연대를 할 필요성이 없고,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 때문에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절망적인 결과에 군소정당은 향후 당 운영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때보다 높은 9.67% 득표율을 얻는 성과는 거두었지만 지역구에서는 한계를 여실히 보였다. 80개 지역구에 후보를 출마시켰지만 심상정 대표만 당선됐다.
민생당은 창당 2달여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총선에 임박해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통합하며 벌어진 계파갈등과 공천논란을 넘지 못했다. 당 내부에서는 즉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번 결과로 계파갈등이 더욱 커져 해산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국민의당은 다소 담담한 분위기다. 결과를 인정하고 중도정치를 향해 계속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망국적인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극복해 실용적 중도정치를 정착시키고 우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싶었지만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