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의 '디지털뉴딜']<3>R&D 역량 강화로 지역 강소기업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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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됐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각국이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방역 체계에 대한 외신의 칭찬이 자자하다. 세계 최고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마저도 우리를 벤치마킹한다고 할 정도다. 정부의 빠른 대응이 주효했지만 진단 키트를 개발한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등과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들 모두 업력 21년 미만의 중소기업이지만 업계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커 가는 핵심 원동력은 연구개발(R&D) 역량이다. 이들 기업처럼 역량을 갖춘 곳도 있고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데도 대부분 그렇지가 못하다. 좋은 대안이 없을까. '히든 챔피언'이 이끄는 '기술 강국 독일'을 보면 답이 있을 것 같다. 이들에게는 프라운호퍼라는 시스템이 있다. 72개 지역 연구소 중심으로 중소기업 R&D를 수행하며, 실적에 따라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기업에 필요한 연구 결과를 내면 지원이 늘어나는 구조다. 대학에서 연구 인력을 수혈하고 결과가 좋으면 기업에서 이들을 스카우트해 간다. 인력의 선순환이다. 우리도 이 시스템을 차용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잘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연구기관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대기업에 매달리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지방 중소기업은 외면되고 있다. 우수 인력도 역으로 흐른다. 대기업 인력이 연구소에 갔다가 논문·특허를 취득하고 대학으로 간다.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 지역 중소기업 R&D 역량, 어떻게 해야 강해질까.

첫째 정부 주도형에서 '중소기업 주도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기업 R&D 예산의 50%를 바우처 형식으로 선 지원하면 그 기업은 과제를 발주한다. 이를 수주한 연구기관·대학이 잔여 예산을 중소기업과 정부로부터 각각 2~30% 지원받도록 하는 것이다. 성공할 경우 인센티브와 성공보수를 지급하면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사업화 R&D가 가능해진다.

둘째 성과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 R&D 체계는 '성과'보다 '과정'에 치우쳐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선정, 과정 관리 축소 및 적극 행정 기반 성과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매출과 생산성 향상 등 사후관리를 통한 실질 성과 향상이 관리돼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R&D 인력 양성, 채용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외부 협업을 통해 연구할 수도 있지만 사업화 아이템 발굴 등 중심 역할을 할 내부 R&D 인력이 필요하다. 자체 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R&D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R&D에서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연구 데이터 부족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실패 확률과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국가 주도로 업종별 R&D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특허 및 연구 과정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경제 시대를 두고 '속도'가 '규모'를 이길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력으로는 어렵다. R&D 및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정부 지원이 잘 흘러들어 가도록 하고, 이들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중소기업에 맞춤화된, 실질 성과를 내는 R&D 지원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ksnoh114@kp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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