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 지역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매일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일일 확진자 추이가 최근 일주일 동안 진정세로 돌아섰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전파로 인해 세계 방역 당국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해 12월 31일 캐나다 AI 스타트업 블루닷이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열흘이나 빨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도 AI를 통해 질병 예방과 진단, 건강 문제 등을 해결하는 AI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 지구촌 재난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AI를 통해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구글, 아마존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이 AI와 로봇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새롭게 무장한 그들이 이제는 온라인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제조·바이오 산업까지도 넘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의 차이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융합에서 판가름 난다. O2O로 경제 판도에도 급격한 변화가 펼쳐지는 빅뱅이 시작될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본격 출시되는 5세대(G) 이동통신 기반의 모바일 제품이 보편화되면 세상은 빅데이터 중심 초연결 사회화로 더욱 가속될 것이 전망된다. 그러면 과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은 경제 시스템이 확 바뀌는 뉴노멀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투자와 실적 사이에는 시간 지연이 있기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결과를 얻기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회계연도 중심으로 우리나라 주력 기업, 중소벤처 기업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실로 암울하게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우려가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타트업에도 찬바람이 일고 있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중 최대 업적은 잘 알려진 오바마 케어가 아니라 미국을 가장 스타트업 하기 좋은 투자 환경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 덕인지 몰라도 우리 엘리트 디지털 인재가 사업 아이디어와 역량만으로도 수백만~수억달러 투자를 쉽게 받는 실리콘밸리로 빠져나가고 있다. AI, 로봇, 자율주행 등 신산업의 핵심 기술을 연구한 신생 연구자들이 이들 키워드로 논문만 발표해도 구글이나 엔비디아로 바로 스카웃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텅빈 공업 도시의 옛 영광만이 덩그러니 남은 디트로이트와 같은 쇠락한 도시가 국내에도 줄줄이 생겨날 것만 같다.
이번 경악스러운 코로나19 공포가 지나가도 그다음에 닥칠 더 큰 위기가 있다. 바로 우리의 인재가 제조 현장에서 실종되고 국가의 미래가 사라지는 '제조산업 종말'이라는 끔찍한 시간이 다가온다는 불길한 시나리오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안 된다. 우리 기업이 살아남고 신생 벤처기업이 넘쳐나는 활력있는 투자 생태계 구축 방안이 시급하다. 정부는 현재의 위기 상황 극복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제조산업 종말이라는 미래 위기 상황도 직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정책 방향이 정말 스타트업 하기 좋은 기업 생태계 조성으로 집중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고경철 KAIST 기계지능로봇 연구센터 연구교수 kckoh@rit.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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