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용 입증 책임 놓고 이견
재계 "일방적 책임 전환" 반대
중기단체 "책임분담" 맞불성명
개정안 국회 통과 강력 촉구

수·위탁 기업 간 기술유용 입증 책임을 대기업으로 규정한 '상생법'을 두고 재계와 중소기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 등 대기업·중견기업을 대표하는 단체가 관련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25일 중소기업 단체들도 긴급 성명서를 내며 법 개정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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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재계에서는 이번 상생법 개정안을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하는 법안',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법안'으로 각자 규정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상생법을 둘러싼 양측 공방이 2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 9개 단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계는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기본 가치 실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긴급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소기업계의 이번 성명서 발표는 1년 넘게 계류돼 있는 상생법의 조속한 처리를 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생법 개정안에는 기술 유용 행위를 정의하고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협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술 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위탁기업(통상 대기업)이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술 유용 행위가 드러날 경우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재계는 관련 내용에 반발했다. 한경연과 중견연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지난 19일 토론회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생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경연과 중견연은 “국회에 계류된 상생법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대한 입증 책임의 일방적 전환, 중소벤처기업부의 처벌 권한 강화 등 독소 조항이 많은 만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대기업이 기술유용 입증을 책임지도록 하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맞은 사람이 맞았다가 아니라 때린 사람이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법안 시행 시 위탁기업의 자체 생산 확대 등으로 수탁기업의 사업 기회가 원천 박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는 입증 책임을 대기업이 전부 지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분담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이 우선 일부 사항을 입증하면 위탁기업이 기술유용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만큼 입증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는 것”이라면서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상생법 개정안을 둘러싼 재계와 중소기업계 갈등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열리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상생법 논의가 재차 이뤄질 예정이다. 소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회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당분간 재계와 중소기업계의 날선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미 국회 법사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마친 만큼 원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인 만큼 입법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