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나라에 없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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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과정 인턴보다 학부 1학년 인턴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고 있어요. 일도 훨씬 잘 하는 경우가 많아요. 구글 연구원인 저도 대학 1학년생 인턴에게 많이 배웁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구글 연구원들은 한결같이 학부생 인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인턴은 구글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라고 했다. 기술에만 매몰되기 쉬운 연구원과 달리 인턴은 생각하지도 못한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 구글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학부 인턴들과 진행하고 있다.

대학 1학년은 전문성이 부족한데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구글 연구원은 “대학 1학년이든, 박사과정이든 구글에 들어오면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배워야하기 때문에 전문성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열정'을 높이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턴 덕분에 구글 연구원 또한 자극받고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대학생 인턴 채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인턴에게 주요 프로젝트를 맡기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인턴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은 구글과 같았다.

대학생에게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있지만 비용과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최고경영자(CEO)는 없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다수의 스타트업 CEO는 대학생 인턴을 왜 채용하는지 묻는 기자를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봤다. 산학협력은 실리콘밸리의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한국은 어떤가. 취재하면서 만난 국내 교수들은 대학생 인턴 채용 기업이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학부생을 교육해 일을 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대학생 인턴 채용을 꺼린다.

대학생은 자연스럽게 직업을 탐색할 기회를 잃는다. 직무가 본인과 맞지 않는 것을 취업 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국가적 손실이다.

다들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그곳은 갑자기 생긴 유토피아가 아니다. 기업이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는 곳이 나올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은 상생할 수 있다.

기업은 인턴에게 돈과 시간을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재기발랄한 대학생으로부터 나온다.

작은 생각의 변화로부터 실리콘밸리를 뛰어넘는 한국이 될 수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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